[사설]근무 중에 주식 하며 월급 받는 공기업 사람들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6월 29일 03시 00분


회사원들이 컴퓨터로 주식투자를 하려면 시시각각 변하는 주가동향을 쫓느라 늘 주식거래 사이트를 열어놓고 수시로 들여다봐야 한다. 몸은 사무실에 앉아 있지만 정신은 증권사 객장에 나가 있는 것과 마찬가지다. 얼마 전에는 한 대기업에서 근무시간에 도박을 한 사람들이 적발된 적이 있다. 인터넷 주식투자도 도박만큼이나 중독성이 강해 본업무를 소홀히 할 수밖에 없게 된다.

사학연금관리공단에서는 2009년부터 2년간 전체 직원의 29%인 57명의 임직원이 근무시간에 주식거래를 했다. 1인당 거래횟수는 평균 922건에 이른다. 채권운용팀장은 2년 동안 하루 평균 51회씩 주식거래를 했다. 이 정도면 주 업무가 개인의 주식투자인지 사학연금 관리인지 헷갈릴 정도다. 더욱이 사학연금을 관리하는 직원들은 펀드 투자라면 몰라도 직접 투자를 해서는 안 된다. 일종의 내부자 거래에 해당한다. 근무시간에 주식투자를 못하게 하는 직원윤리강령은 있으나 마나였던 셈이다.

업무상 비밀을 이용해 개인적 이득을 취한 사례도 드러났다. 대한지방행정공제회 주식팀의 한 직원은 공제회가 매수하는 주식 종목을 사전에 파악해 해당 종목을 미리 구매한 뒤 주가가 오르면 되파는 ‘선행매매’ 방식으로 지난 2년간 1억 원이 넘는 부당이득을 취했다. 이 기관에서는 근무기강을 확립해야 할 감사팀장까지 근무 중 주식거래자 대열에 합류했다니 도덕적 해이가 만연해 있음을 보여준다.

한국수출입은행은 전체 임직원의 23.7%인 162명이, 산업은행은 전체 임직원의 14.8%인 362명이 근무시간에 사적인 주식거래를 한 것으로 드러났다. 일과 시간을 주식투자로 보냈다면 남아도는 인력이 많다는 얘기도 된다. 이들 기관에 대한 경영진단과 구조조정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정부는 이번 감사 대상에 포함되지 않은 다른 공공기관에 대해서도 감사를 확대하고 스마트폰을 이용한 주식거래를 막을 대책도 내놓아야 한다. 어떤 대책보다도 공공기관 임직원들이 양식과 도덕성을 회복하는 것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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