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중국 고속철 보며 정치권부터 경각심 가져야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6월 29일 03시 00분


중국의 베이징과 상하이를 잇는 징후(京호) 고속철도가 내일 개통된다. 예정보다 공기(工期)가 2년 앞당겨진 이 고속철도는 서울∼부산의 약 3배인 1318km로 단일 구간으로는 세계에서 가장 길다. 중국 정부는 정식 개통에 앞서 그제 베이징 주재 외신기자 200여 명을 시승행사에 초청해 “중국 고속철 기술은 세계 최고 수준”이라고 자랑했다. 중국의 과시는 한국 등과 경쟁하게 될 주요 해외 고속철 입찰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기 위한 의도를 깔고 있다.

중국은 베이징올림픽을 1주일 앞둔 2008년 8월 베이징과 톈진을 잇는 징진(京津) 고속철도를 개통해 고속철 시대를 열었다. 한국보다 4년, 일본보다는 44년 늦었지만 이후 중국은 대규모 고속철 사업을 빠른 속도로 추진했다. ‘만만디(慢慢的·천천히)’가 이제 중국을 상징하는 말이 아님을 실감케 하는 속도전이었다.

중국에서 진행되는 ‘고속철 속도전’의 이면에는 중국이 외부에 드러내고 싶지 않은 약점도 적지 않다. 중국의 한 철도 전문가는 며칠 전 “중국이 시속 300km밖에 낼 수 없는 외국기술을 들여와 생산한 객차로 중국 내에서는 350∼380km로 달리게 했고, 일부 구간에서는 최고 40cm의 노반 침하현상이 나타났다”고 폭로했다. 안전성을 소홀히 하는 중국의 목표 지상주의와, 대규모 부패로 부실공사에 따른 대형사고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2007년 중국에서는 철도사고로 3170명이나 숨졌다.

이런 약점과 한계에도 불구하고 일본을 제치고 세계 2위의 경제대국으로 떠오른 중국의 급성장을 과소평가할 수는 없다. 중국은 ‘세계의 공장’을 넘어 첨단 기술 분야에서도 일본과 한국을 바짝 추격하고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지난해 6월 경제전문가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한국 8대 수출품목의 대(對)중국 기술격차는 평균 3.9년에 그쳤다. 우리 기술력이 중국보다 4년 이상 앞선 것은 반도체(4.8년)와 자동차(4.7년)뿐이었고 철강과 화학은 3.3년에 불과했다. 1년 전 조사이니 지금은 그 격차가 더 좁혀졌을 것이다.

국산 고속철인 KTX-산천은 개발 후 안정화 기간 3년이 지나지 않았다고 하지만 지난해 3월 실제 운행에 들어간 뒤 13개월 동안 41차례나 고장을 냈다. 정부와 한국철도공사(코레일), 그리고 관련 기업들이 분발하지 않으면 브라질과 미국의 고속철 수주전에서 중국에 밀릴 수도 있다.

국토가 좁고 자원이 부족한 한국이 ‘떠오르는 중국’의 추격을 뿌리치려면 과학 기술 인력을 키워내는 교육과 투자가 중요하다. 반값 등록금이나 평준화 같은 포퓰리즘에 매달려 고등교육 경쟁력을 높이려는 논의가 실종된 교육 현실, 정치 현실은 우리의 미래를 낙관하기 어렵게 만들고 있다. 정부와 정치권부터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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