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저축은행 政官界 로비 수사, 몸통이 안 보인다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6월 23일 03시 00분


경찰이 4년 전 불법대출 사건과 관련해 보해저축은행 오문철 대표를 기소해야 한다는 의견을 4차례나 냈지만 광주지검 특수부가 묵살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경찰은 “당시 담보도 없이 100억 원이 넘는 대출이 이뤄진 점에 미뤄 범죄 사실이 충분하다고 판단해 기소 의견을 냈다”고 밝혔다. 검찰은 “경찰이 증거는 거의 없고 진술밖에 없어 보강수사를 하라고 지휘했다”며 “소문만 갖고 압수수색 영장을 치겠다고 해서 기각했다”고 해명했다. 당시 오 씨의 변호사가 광주지검 특수부장 출신이어서 검찰의 전관예우(前官禮遇)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4년 전 경찰의 기소 의견을 무시했던 광주지검 특수부는 올 4월 6000억 원대의 불법대출을 주도한 혐의로 오 씨를 구속했다. 4년 전 경찰 의견대로 오 씨를 기소했다면 보해저축은행 피해 규모는 크게 줄었을 것이다. 검찰의 수사지휘권을 부끄럽게 만드는 사례다. 대검은 광주지검이 보해저축은행 불법대출 사건 관련자들에 대한 경찰의 기소 의견을 묵살한 진상을 조사해야 한다.

부산저축은행그룹 비리 사건을 수사한 대검 중앙수사부는 그제 정관계(政官界) 인사의 특혜 인출이나 금융당국의 영업정지 비밀 누설 및 직무 유기, 영업정지 후 불법 인출은 없었다고 발표했다. 금융당국 관계자들과 부산저축은행 임직원, 인출자 등을 소환 조사하고 통화기록 20여만 건을 확인했지만 그동안 제기된 의혹들이 대부분 사실이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는 것이다. 하지만 검찰 발표를 믿지 못하겠다는 국민이 많은 것이 현실이다.

부산저축은행그룹 수사는 아직도 갈 길이 멀다. 금융감독원 금융위원회 금융정보분석원의 전현직 고위 관계자들과 은진수 전 감사원 감사위원의 저축은행 관련 비리가 확인됐다. 이명박 대통령의 정무비서관 출신 김해수 한국건설관리공사 사장도 부산저축은행그룹 로비스트로부터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어제 검찰 조사를 받았다. 하지만 부산저축은행그룹이 최근 수년간 살아남기 위해 벌인 전방위 로비의 몸통은 아직 드러나지 않고 있다.

검찰은 1997년 외환위기 전에는 존재감도 없었던 부산저축은행이 김대중 노무현 정부 10년 동안 국내 굴지의 저축은행으로 급성장한 배경도 철저히 수사해야 한다. 저축은행 비리의 실체도 밝혀내지 못하는 대검 중수부를 굳이 존치시켜야 할 이유도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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