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칼럼/최영해]소수자 배려하는 미국 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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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5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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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해 워싱턴 특파원
최영해 워싱턴 특파원
“오늘 학교를 나서는 졸업생 여러분에게 부탁하고 싶습니다. 성공을 추구하세요. 절대 흔들리지 마세요. 그리고 성공하게 되면 다른 사람을 끌어주세요. 주위에 있는 사람이 기회를 가질 때 여러분의 삶은 더욱 윤택해진다는 점을 명심하길 바랍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29일 저녁 플로리다 주 마이애미 데이드 칼리지에서 졸업생 4000여 명에게 한 졸업축사 중 일부다. 대통령이 졸업축사를 한 대학은 미국의 동부 명문 아이비리그가 아니라 마이애미에 있는 2년제 커뮤니티 칼리지였다. 우리로 말하면 전문대학이다. 이 학교는 17만 명의 재학생이 등록돼 있는 미국 최대 커뮤니티 칼리지로 흑인과 히스패닉 등 소수인종이 재학생의 90%를 차지한다. 학생들 국적도 180개나 될 정도로 다양하다. 이 학교 에두아르도 파드론 학장은 교수들에게 “논문을 써서 연구업적을 쌓는 데 신경 쓰지 말고 학생들을 잘 가르치는 데 집중하라”고 당부한다.

오바마 대통령은 올해 이 학교를 포함해 3개 학교에서 졸업축사를 한다. 코네티컷 주 뉴런던에 있는 미 해안경비아카데미(US Coast Academy)와 ‘정상을 향한 질주(race to the top)’ 프로그램에서 1등으로 뽑히는 공립학교를 찾을 예정이다. 미 공립학교 개혁을 위해 오바마 대통령이 마련한 ‘정상을 향한 질주’ 본선 후보에 오른 6개 학교는 모두 지방 중소도시에 있는, 한마디로 교육 여건이 좋지 않은 학교다.

백악관이 매일 공개하는 오바마 대통령의 행사 일정을 보면 교육과 관련된 행사가 특히 많은 게 눈에 띈다. 3일에는 전국 50개 주에서 뽑힌 ‘올해의 우수 교사’ 50명과 그 가족들을 초청해 백악관에서 시상식을 가졌다. 이 중 1등인 ‘올해의 전국 교사(National Teacher of the Year)’상은 청각장애 학생들에게 수화(手話)로 어려운 수학과 과학 과목을 가르친 미셸 시어러 메릴랜드 주 어배나 고교 화학교사가 받았다. 오바마 대통령은 백악관 잔디광장인 로즈가든에서 앤 덩컨 교육부 장관과 함께 시어러 교사를 격려하고 부상으로 ‘은으로 만든 사과’를 줬다. 행사는 TV로 생중계됐다. 백악관 홈페이지에 가보면 이날 행사를 찍은 비디오 영상을 찾을 수 있다.

대통령이 분초를 다투는 빡빡한 일정 속에 이렇게 교육 행사들을 꼼꼼하게 챙기는 것을 보면서 미국이 지금 교육문제에 나라의 명운을 걸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을 받는다. 오바마 대통령은 취임 후 2020년까지 미국을 세계에서 대졸자 비율이 가장 높은 나라로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하지만 지금처럼 공교육이 뒤처져 있는 상황에선 쉽게 달성하기 어려운 목표로 보인다.

이런 점에서 대통령이 눈여겨본 것이 바로 누구에게나 입학 문이 열려 있는 커뮤니티 칼리지이다. 학비가 저렴하고 딱딱한 이론교육이 아닌 현장 위주의 커리큘럼으로 운영되니 직장을 다니면서도 공부하는 사람이 많다. 현재 미국 커뮤니티 칼리지에는 800만 명의 학생들이 다닌다. 오바마 대통령은 커뮤니티 칼리지를 적극 지원해 소외층도 대학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데 교육 개혁의 주안점을 두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미국의 교육 개혁을 언급하면서 한국을 ‘단골 메뉴’로 자주 거론했다. 하지만 교육 개혁을 위해 이리저리 뛰는 오바마 대통령의 모습을 보면 교육 강국은 한국이 아니라 미국이라는 점을 새삼 깨닫게 된다.

정확하게 말하면 오바마 대통령이 부러워하는 것은 한국의 교육시스템이 아니라 학부모들의 교육열이다. 미국에선 대통령이 나서서 교육 개혁을 주도하는데 우리는 입시 위주 교육에서 언제쯤 벗어날지 답답하기만 하다.

최영해 워싱턴 특파원 yhchoi6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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