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곽 교육감 ‘정치성 행사 학생 동원’ 불순하다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4월 15일 03시 00분


곽노현 서울시교육감이 16일 친(親)노무현 성향의 정치성 단체인 ‘시민주권’에서 주관하는 ‘4·19 민주올레’ 행사를 현장체험 학습으로 실시토록 하고 있다. 서울시교육청은 ‘민주주의와 인권 의식 고양을 위해서’라는 명분을 내세우며 각 학교에 공문을 보내 서울지역 중고교생 2000여 명의 참석을 사실상 독려했다. 외국 대통령이 방한(訪韓)할 때마다 중고교생들이 강제 동원돼 태극기를 흔들었던 독재정권 시대가 연상된다.

시민주권은 시민단체라고는 하지만 ‘노무현 가치 계승’을 목적으로 정치운동을 하는 단체다. 노 정권 때 국무총리를 지낸 이해찬 씨 등이 관련된 이 단체는 4·27 재·보궐선거를 앞두고 야당 후보 단일화를 중재하는가 하면 내년 대선을 겨냥해 ‘진보집권을 위한 토론회’ 등을 개최하느라 바쁘다. 지난해 이 단체가 주관한 ‘4·19 민주올레’에는 한상렬 오종렬 진보연대 상임고문 등 광우병 쇠고기집회와 친북반미 시위에 단골로 등장하던 인물들이 운영위원으로 참여했다. 작년 4·19 행사 당일에는 대표를 맡고 있는 이해찬 씨를 비롯한 야권 인사들과 좌파 시민단체들이 모여 “이명박 정권은 무능력한 부패 집단” “이 대통령 하야하라” 같은 구호를 외쳐 반(反)정부 정치집회를 방불케 했다.

서울시교육청은 “이번은 지난해와 달리 정치색을 일절 배제한 순수한 학생 행사”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시민주권 측은 4·19혁명뿐 아니라 제주도4·3사건, 10·4남북정상선언 등을 기념하는 행사도 ‘민주올레’라는 돌림자로 열고 있다. 이 단체는 홈페이지에서 “2012년 총선과 대선을 위한 조직이 아니라 적어도 한 세대를 바라보는 안목으로 우리 진영을 준비하고 미래를 설계할 것”이라고 밝혔다. ‘우리 진영’이라는 말의 함의(含意)가 순수하지 않다. 정치적 단체가 주관하는 행사에서 정치색을 뺀다는 말도 믿기 어렵다.

교육감의 정치적 중립은 교육의 기본이며 법률이 요구하는 바다. 곽 교육감이 정치성향이 짙은 단체와 공동으로 정치성 집회를 주관하겠다는 이유가 궁금하다. 서울시교육감이 특정세력의 도구가 돼서는 안 될 것이다. 체험학습이라는 이름으로 4·27 재·보선을 앞둔 휴일에 학생들과 가족까지 동원하는 의도 역시 의심스럽다. 곽 교육감이 대체 어떤 목적으로 학생들을 편향된 이념의 집회에 끌어들이려는지 학부모와 학생들은 알 권리가 있다. 좌파 교육감들이 어떤 일을 벌이고 있는지 온 국민이 감시하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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