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 기고/윤종용]국회에 발목 잡힌 지식재산 강국의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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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4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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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종용 지식재산정책협의회 자문위원회 위원장
윤종용 지식재산정책협의회 자문위원회 위원장
1998년 당시 미국 스탠퍼드 대학원에 재학 중이던 래리 페이지와 세르게이 브린은 친구의 차고에서 구글(Google)이라는 이름으로 회사를 설립했다. 그것도 이미 야후와 라이코스, 알타비스타 등 수많은 업체가 범람하고 있던 인터넷 검색 분야에 페이지 랭크(PageRank)라는 자신들의 특허 하나만 믿고서 말이다. 지난해 11월 현재 구글의 시가총액은 애플과 마이크로소프트에 이어 나스닥 상장 기업 중 3위를 기록하였다. 또 2004년 하버드 대학생이었던 마크 저커버그가 만든 인맥 형성 사이트인 페이스북(Facebook)은 현재 회원 약 5억 명에 회사 가치는 70조 원을 넘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한다.

미국의 경우 시가총액 30대 기업 중 최근 30년 내 창업된 기업은 구글과 아마존, 시스코 등 6개사에 이른다. 혁신적인 아이디어와 기술을 바탕으로 세계적인 기업으로 성장하는 젊은 기업의 사례가 지속적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반면 우리나라 기업 중 최근 30년 내에 창업되어 세계적 기업으로 성장한 사례는 찾기가 매우 힘든 실정이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에는 이러한 혁신적인 아이디어와 기술이 없었던 것일까? 페이스북에 훨씬 앞서 동창생 찾기 사이트인 ‘아이러브스쿨’과 1촌 중심의 인맥 형성 사이트인 ‘싸이월드’라는 서비스가 국내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얻은 바 있지만 이를 세계적인 히트상품으로 만들어내지 못한 채 그 열매를 후발주자인 페이스북에 내주고 말았다. 또 애플사의 MP3 플레이어인 아이팟(iPod) 시리즈는 혁신적인 디자인과 서비스로 이 분야에서 선도 기업이 되었지만 MP3 플레이어의 원천 특허를 보유하고 세계 최초의 제품을 생산했던 기업은 다름 아닌 우리나라의 앰피맨닷컴이었다.

아이디어 사업화 시스템 시급한데

사실 우리나라는 연구개발(R&D) 투자 및 특허의 생산 측면에서 이미 세계적 수준에 이르렀다. 2009년을 기준으로 국내총생산(GDP) 대비 R&D 투자 비중은 세계 5위이며 특허 출원 건수는 세계 4위다. 문제는 이러한 혁신적 아이디어가 왜 우리나라에서는 세계적 성공사례로 발전하지 못하는가이다.

하나의 혁신적 아이디어가 글로벌 비즈니스로 성공하기 위해서는 기술, 정보, 자본, 인력, 마케팅 등 필요한 것이 너무도 많다. 하지만 무엇보다 시급한 것은 아이디어를 사업화하기 위한 기본적인 시스템을 갖추는 것이다. 즉, 창출된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강력한 지식재산권을 획득하고, 권리화된 기술에 대한 객관적 평가를 통해 사업자금을 쉽게 확보할 수 있어야 하며, 사업이 성장하는 과정에서도 이러한 지재권이 철저히 존중되어 혁신적 아이디어가 글로벌 비즈니스로 성장할 수 있는 사회경제적 환경과 제도가 마련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다른 나라는 어떠한가? 세계 경제가 제조업 기반에서 지식재산 기반으로 변화할 것임을 일찍이 간파한 미국과 일본 등 선진국들은 우리보다 앞서 범정부 차원의 지식재산 행정체계를 구축하고 국가 차원의 지식재산 전략을 수립하여 시행함으로써 변화하는 상황에 신속하게 대처해 현재의 주도권과 우위를 유지하고 미래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일본은 이미 2002년 지적재산기본법을 제정하고 총리를 수장으로 하는 지적재산전략본부를 설치하였고 미국은 전통적으로 친(親)특허정책을 펴왔을 뿐 아니라 2008년에는 ‘지식재산을 위한 자원 및 조직 우선화법(Pro-IP Act)’을 제정하고 백악관에 지식재산집행조정관을 임명하는 등 범정부적 지식재산권 정책 조정기능을 더욱 강화하고 있다. 중국 역시 2008년 지식재산 행정체계를 구축하고 국가지재권전략강요를 수립하여 국가 차원의 지식재산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지식재산기본법 8개월째 ‘낮잠’’

지금은 인류 역사상 그 어느 때보다 변화의 속도가 빠르고 변화의 폭이 큰 패러다임 변환기로 기업과 학교, 연구소를 비롯하여 많은 경제 주체가 분초를 다투며 지식재산을 확보하기 위해 경쟁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러한 절박한 상황에서 정부가 지난해 8월 국회에 제출한 지식재산기본법은 12월과 올해 2월 국회에서 정쟁의 소용돌이 속에서 제대로 심의조차 되지 못한 채 잠자고 있다.

지난 역사를 돌이켜보면 세계 정세의 변화에 기민하게 대처하지 못해 국가의 운명이 위태로워진 사례를 많이 보아 왔다. 이러한 과오를 다시 되풀이할 것인가? 이번 4월 국회에서는 지식재산기본법이 제대로 심의되고 의결되기를 기대한다. 정쟁의 희생양이 되어 지식재산정책이 또다시 지연되는 안타까운 일은 결코 없어야 할 것이다.

윤종용 지식재산정책협의회 자문위원회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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