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당을 공천을 놓고 지난 한 달간 (당이) 유력한 후보를 괴롭혔다. 또 ‘우리가 이렇게 불리합니다’라고 홍보를 한 꼴이다.”
한나라당 정두언 최고위원은 3일 당의 경기 성남 분당을 국회의원 보궐선거 공천 과정에 관해 이 같은 소감을 자신의 트위터에 올렸다. “특정인이 공천되기를 원치 않는 사람들이 이런 일을 벌인 만큼 해당(害黨) 행위에 대해서는 준엄히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도 했다.
당 지도부의 한 명인 정 최고위원이 이런 말을 할 자격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한나라당에 ‘천당 아래 분당’으로 통하던 곳에서 벌어진 ‘공천대란’의 일면을 보여준다. 실제 한나라당의 분당을 공천 과정을 가까이서 지켜본 적잖은 사람들이 ‘웰빙 집권여당’의 ‘3무(無)’가 이런 상황을 초래했다고 지적한다.
우선 정치적 순발력과 결단력이 없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민주당 카드를 보고 4월 중순에 후보를 결정해도 된다”며 호기를 부리던 당 지도부는 민주당 손학규 대표의 출마설이 나오자 안 나오겠다는 정운찬 동반성장위원장과 줄다리기를 하다 허송세월만 했다. 손 대표가 예상보다 출마 결단을 앞당기자 다시 정 위원장과 안철수 KAIST 석좌교수 등에 연연하며 우왕좌왕하다 뒤늦게 경선 원칙을 확정했다.
또한 감동이 전혀 없었다는 것도 문제다. 배경이야 어찌됐든 손 대표는 민주당 약세지역인 분당을 출마로 정치적 울림을 만들어냈다. 그러나 한나라당은 손 대표 출마 선언 당일(지난달 30일) 분당을의 지역구 의원이었던 임태희 대통령실장 출마라는 아이디어까지 검토하고 나섰다. 초등학교 반장 선거에도 통하지 않을 꼼수였다. 오죽하면 임 실장이 3일 본보 기자에게 전화를 걸어 “당에서 이런 발상을 했다는 것 자체가 유감이다. 설령 내가 분당을에 나가서 이긴들 그게 이긴 것이겠느냐”고 말했을까.
또한 공천에 필요한 객관적 기준조차 없었다. 당 지도부와 여권 실세들은 당선 가능성을 명분으로 강재섭 전 대표보다는 정 위원장이 낫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지난달 30일 실시된 동아일보 여론조사 결과 정 위원장과 강 전 대표의 경쟁력은 유의미한 차이가 없었다. 정운찬 전략 공천론은 여권 실력자들과 강 전 대표 사이에 얽히고설킨 구원(舊怨)의 사슬에서 비롯된 것 아니냐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이기도 하다.
한나라당은 이번 재·보선 승패와 상관없이 공천 과정의 시행착오에 따른 교훈을 얻었으면 좋겠다. 집권여당의 거듭되는 무기력증과 패배주의는 국정운영은 물론이고 국민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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