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정운찬 거품’, 국민을 피곤하게 만든다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3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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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반성장위원회 출범 전까지 기업들은 전국경제인연합회 산하 중소기업협력센터 등을 통해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동반성장을 모색했다.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해 대기업에 중소기업과의 상생을 촉구하자 정부는 하반기 ‘대·중소기업 동반성장 전략’을 내놓고 동반성장위를 출범시켜 정운찬 전 국무총리에게 장관급 위원장을 맡겼다. 정부가 민간에서 자율적으로 하던 일과 예산을 가져다가 위원회를 만든 것도 기이하지만 민간기구의 대표에 전직 총리를 낙하산으로 내려 보낸 것도 위인설관(爲人設官)이라는 생각이 든다. 동반성장위의 출범과 인선 절차를 보면 이 정부에 상생의 경제를 할 진정성이 있는지도 의심스럽다.

정 위원장이 주창하는 ‘대기업 초과이익 공유제(共有制)’는 경제학 교과서에도 나오지 않는 애매한 개념이다. 일부 대기업의 납품단가 후려치기나 기술 탈취 같은 불공정 행위는 시정돼야 한다. 그러나 초과이익 공유제는 시장경제 원칙을 벗어난 좌파적 제도라는 비판이 경제계에서 들끓었다. 정 위원장도 여러 차례 해석을 바꿀 만큼 분명한 개념 정립을 못하고 있는 것 같다. 최중경 지식경제부 장관의 비판이 이어지자 그는 “주무 장관이 방해하는 건 일하지 말라는 의미다. 정부에 동반성장 의지가 있는지 의심스럽다”고 발끈했다.

당장 사퇴할 듯 날을 세우던 정 위원장이 어제 상황을 지켜보겠다며 물러섰다. 정부는 부랴부랴 동반성장위 예산을 편성하고 인력을 두 배로 늘려주며 달래는 모습이다. 여권이 정 위원장에게 목매다는 진정한 이유가 동반성장이 아닌 정치적 고려라는 의심이 들 수밖에 없다. 정권을 창출하고도 마땅한 대권후보를 내지 못하고 있는 친이명박 세력이 충청 출신으로 총리를 지낸 정 위원장을 ‘박근혜 대항마’로 키우려 한다는 시각도 있다. 정 위원장도 재벌 때리기 같은 포퓰리즘과 ‘사퇴 배수진’이라는 정치적 쇼를 통해 몸값을 높이려는 의도가 다분해 보인다.

정 위원장은 2007년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도 반(反)한나라당 쪽으로 출마를 저울질하며 여러 번 말을 바꾼 적이 있다. 모두 박수를 치며 꽃가마를 태워줘야만 분당을이든 대선이든 나설 사람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우유부단한 학자 출신이 대권주자로 성장할 수 있는지도 의문이거니와 그가 ‘응석’을 부릴 때마다 쩔쩔매는 여권의 조정력 결핍은 무척 실망스럽다. 정치인으로서의 자질도, 리더로서의 능력도 검증받지 못한 명망가를 위해 국정의 진을 빼는 정부를 보며 국민은 피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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