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권만회]김치, 4월 중순 이후 담그세요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3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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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배추 파동은 국민을 놀라게 했고, 식생활에서 배추가 얼마나 중요한지 새삼 일깨워 주었다. 오죽하면 정부가 앞장서 배추를 수입하고, 관세까지 없앴을까.

서늘한 기후를 좋아하는 배추는 일반적으로 가을에 수확하지만 최근에는 기술 발달로 사시사철 생산된다. 배추는 수분이 90%를 넘어 여름철에는 고온에 녹아내리고, 겨울철에는 추위에 얼어버린다. 요즘 나오는 배추는 비교적 따뜻한 지역인 전남 해남과 진도에서 출하되는 겨울배추다. 겨울철 한 달 넘게 얼어버려 작황이 좋지 않다. 그래서 배추 가격이 또 급등할 것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하지만 오래가지는 않을 것 같다. 가격이 높을 것을 예상해 봄배추 재배면적이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4월 중순부터 나오는 하우스배추는 평년보다 53%나 늘었다. 지난해 김장을 적게 해 3, 4월 김치를 담그겠다는 가구가 25%인데, 조금 기다리면 맛있는 봄배추로 저렴하게 담글 수 있다.

농사는 하늘이 짓는다고 한다. 지난해 이상기후에 따른 생산량 감소로 가격이 폭등한 것은 배추뿐만 아니다. 참외와 토마토, 오이, 마늘 등도 가격이 2, 3배 오를 때가 많았다. 우리의 주식인 쌀은 30년 이래 생산량이 가장 적었다. 다행히 재고량이 많아 가격은 안정적이다. 이집트는 세계 최대의 밀 수입국으로 러시아에서 60%를 수입하는데, 러시아가 금수 조치를 취하자 빵 가격이 폭등해 반정부 시위의 단초가 되었다고 한다.

농자(農者)는 천하지대본(天下之大本)이라고 했다. 천덕꾸러기 취급을 받던 농업이 국민의 먹을거리를 책임지는 소중한 생명산업으로 인식됐으면 한다.

권만회 농협중앙회 원예특작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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