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눈/주펑]이집트가 일으킨 중동의 새 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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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2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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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펑(朱鋒) 베이징대 국제관계학원 교수
주펑(朱鋒) 베이징대 국제관계학원 교수
11일 호스니 무바라크 대통령의 하야로 전환점을 돈 이집트 혁명의 충격파는 이집트를 넘어선다. 심지어 중동을 초월해 세계 역사에서 대표적 사건으로 기록될 것이다.

중국에는 ‘20년마다 풍수가 바뀐다’는 속담이 있다. 20년마다 역사적 전환점이 발생한다는 소리다. 1991년 소비에트 연방이 해체돼 냉전이 정식으로 종식되면서 세계 정치는 ‘포스트 냉전’ 시대로 들어섰다. 20년 후인 현재 이집트 혁명에서 보듯 세계 역사는 다시 새로운 전환점을 돌 가능성이 매우 높아지고 있다. 역사적 경험에서 얻은 중국인의 전통적 지혜가 놀랍다.

언뜻 봐서 무바라크 대통령의 하야와 이집트 혁명을 냉전종식 수준에 비하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아랍 세계와 세계 이슬람교도의 입장에서 보면 이집트 혁명은 의심할 여지없는 새로운 역사의 시작이다.

아랍인은 이슬람교를 세웠다. 오스만튀르크 제국 등을 세우면서 이슬람 세계는 19세기 중반까지 인류사에 찬란한 족적을 남겼다. 하지만 최근 100여 년 동안 이슬람 세계는 서방 세계의 영향력에 밀려 세계 정치무대에서 뒷전으로 밀렸다. 중동 대부분의 국가가 서방국가의 식민지 또는 신탁통치를 경험했다. 이집트 역시 20세기 전반 명목상 독립 군주제를 유지했지만 1952년 나세르 혁명 이후에야 진정한 독립을 쟁취했다.

이집트 혁명의 세계사적 의의는 두 가지다. 20세기 이래 세계에 여러 차례 민주화 바람이 불었다. 제1차 세계대전이 끝난 뒤인 1920년대, 제2차 세계대전 뒤인 1950년대, 베를린 장벽 붕괴를 촉발시킨 1980, 90년대 등이다. 하지만 이런 민주화 바람은 아라비아 국가들을 공교롭게도 비켜갔다. 이들 국가가 민주화 바람과 인연이 없다는 것은 일종의 ‘철칙’이었다. 하지만 이번 이집트 혁명의 성공으로 이런 철칙은 깨졌다. 이제 아랍 세계의 대표 국가인 이집트에서 민주화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다. 아랍 세계의 진정한 민주화 과정이 시작되고 있는 것이다. 이것이 첫 번째 의의다. 게다가 이집트 혁명은 고립돼 발생하지 않았다. 이 혁명은 지난달 튀니지에서 발생한 ‘재스민 혁명’에서 영향을 받았다. 또 현재 예멘과 알제리 등에서는 이집트 혁명의 영향을 받아 시위가 발생하고 있다. 이 점만으로도 이집트 혁명은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이집트 혁명이 전통 군주제 또는 독재체제인 아랍 세계를 변화시킬지는 예측하기 힘들다. 다만 아랍뿐 아니라 이슬람 세계에 민주화를 진전시킬 것은 분명하다.

세계 이슬람교도는 약 12억 명으로 52개 국가에 분포돼 있다. 그중 어느 나라도 진정한 의미의 선진 공업국으로 볼 수 없다. 이집트 혁명에서 촉발한 아랍 세계의 민주화가 점점 가속된다면, 이슬람 세계에서도 민주국가가 나오고 선진국도 탄생할 것이다. 이는 세계의 정치 및 경제 지도가 새롭게 쓰이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이집트 혁명은 냉전 종식과 같은 세계사적 의미를 갖는다고 볼 수 있다.

물론 이집트 혁명의 의미는 이집트가 어떤 미래를 창조하느냐에 달려 있다. 또 아랍 세계가 세계 주류 사조인 민주화 과정에 진정으로 참여하고, 이를 토대로 경제 발전과 부유한 사회의 길로 나아가느냐에 달려 있다.

이집트 혁명의 성공 여부를 지금 논하는 것은 시기상조다. 앞으로 세계는 이집트가 미래를 어떻게 헤쳐 나가느냐에 이목을 집중할 것이다. 이집트는 이미 민주화의 궤도 위에서 움직이기 시작했다. 중국과 북한의 민주화는 아직도 요원한 것일까?

주펑(朱鋒) 베이징대 국제관계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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