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김순덕]이재명 시장의 관용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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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2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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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미국 애틀랜타 시는 극심한 재정적자에 빠져 있었다. 그해 말 아슬아슬한 표차로 당선된 카심 리드 시장은 공무원연금을 깎는 것으로 개혁을 시작했다. 노조가 피켓을 들고 일어나자 시장실로 초청해 몇 번이고 설득해서 승복을 얻어냈다. 불요불급한 지출을 줄여 가장 낙후된 지역 16곳에 주민센터를 열었다. 지역기업들은 이곳에 방과후 학교를 열어 청소년에게 직업훈련을 시켰다. 불과 1년 만에 시 재정의 곳간에 여유가 생겼다. 시장 지지율이 70%로 뛰었다.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 토머스 프리드먼은 이 41세의 젊은 애틀랜타 시장을 ‘PAYGO 진보’라고 소개했다. PAYGO는 ‘Pay As You Go’의 준말로, 재정을 쓰려면 세수 확보나 다른 지출삭감 방안을 함께 내놓도록 하라는 거다. 하지만 진짜 진보를 하려면 재정 건전성만으론 부족하다. 시민을 잘살게 할 전략도 내놔야 한다. 리드 시장은 지역기업과 교육, 일자리를 연계한 정책으로 호응을 얻었다. 자신부터 예산절감 모범을 보인 건 물론이다.

▷이재명 경기 성남시장은 지난해 7월 취임하자마자 판교특별회계 차용금 5200억 원에 지불유예(모라토리엄)를 선언했다. 전임 시장이 3222억 원이나 들여 호화청사를 지으면서 빚을 졌다는 이유에서다. 같은 해 8월엔 “시장 관용차량 구입을 미루는 등 불요불급한 수요 확대를 막는 초긴축 재정으로 1207억 원의 예산을 절감하겠다”고 발표했다. 전망 좋은 시장실을 시민 북카페로 개조했고, 청사 내에 어린이집과 체력단련실을 만들어 시민에게 개방했다. 40대 ‘진보 시장’답다는 박수도 나왔다.

▷그런 이 시장이 작년 말 6000만 원이 넘는 3200cc급 체어맨W를 새 관용차로 마련했다는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다. 성남시민은 “돈 없어 빚도 못 갚는다면서, 내 돈 아니라고 고급차 사는 게 말이 되느냐”는 비판을 쏟아냈다. 5200억 원 모라토리엄은 ‘정치 쇼’였다는 말인가. 전임 시장 때의 체어맨 관용차량이 구입한 지 5년(주행거리 16만 km)이 넘어 절차상 문제가 없다지만 민심을 못 읽는 변명에 불과하다. 경차나 1600cc급 아반떼 하이브리드차로 바꾸는 ‘진보적 쇼’라도 했다면 이렇게 허무하진 않을 뻔했다.

김순덕 논설위원 yur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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