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1일 서울 강남구 그랜드인터컨티넨탈호텔에서는 제91대 서울지방변호사회장을 뽑는 선거가 치러졌다. 7명이나 난립한 후보 가운데 ‘젊은 변호사’의 대표를 자임하는 나승철 변호사(34·사법시험 45회)가 단연 눈길을 끌었다.
변호사 경력이 3년에 불과한 30대의 나 변호사는 투표에 앞서 열린 정견발표에서 “젊은 변호사답게 ‘타는 목마름’으로 서울변호사회를 바꿔나가겠다”고 말했고 변호사들은 뜨거운 박수로 화답했다. 현장에서는 “나 변호사가 돌풍을 일으키면서 당선되는 것 아니냐”는 얘기까지 돌았다. 개표가 시작되자 나 변호사는 오욱환 변호사(51·24회)와 시소게임을 벌였고 1052표를 득표해 2위를 기록하는 돌풍을 일으켰다. 오 변호사와의 표차는 불과 26표였다.
현재 서울변호사회에 소속된 변호사 8000여 명 가운데 50% 이상이 2000년 이후 사법연수원을 수료(30기 이후)한 젊은 변호사들이다. 젊은 변호사들의 표심이 최대 변수였다는 얘기다. 7명의 후보가 모두 ‘청년 변호사 일자리 확충’을 공약으로 내놓은 것도 이를 의식한 것이었다. 이날 참석자들은 “나 변호사가 젊은 변호사들을 사로잡는 ‘생계형 공약’을 내세웠던 게 표심을 흔들었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이들의 바람이 올바른 변화를 지향하는 것인지 생각해보면 고개를 갸우뚱하는 사람이 많다. 당장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생들도 이들을 향해 “자기 밥그릇만 챙긴다”고 비난한다. 나 변호사가 “젊은 변호사들의 생계문제가 매우 심각하다”며 △로스쿨 전면 재검토 △로스쿨 졸업생 변호사시험 합격률 30%대 축소 △사법시험제도 존치 △복지확대를 공약으로 내세웠기 때문이다. 일부에서는 이 같은 공약이 변화가 아니라 과거로 돌아가자는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물론 현재 국내 법률시장이 처한 상황은 냉혹하다. 로스쿨생들의 변호사시험 합격률이 지금(75%)과 비슷한 수준으로 유지되면 변호사는 내년에만 2500여 명이 배출되는 등 크게 늘어난다. 자유무역협정(FTA)의 체결로 외국 로펌도 호시탐탐 국내 시장을 노리고 있다. 일부 변호사는 일자리를 구하는 것조차 힘들다고 호소한다.
그러나 글로벌 시대에 변화 개혁 개방은 불가피한 선택이다. 법률시장도 예외는 아니다. 이미 도입된 로스쿨과 FTA 역시 법률시장의 성장과 법률서비스 개선을 위해서는 필연적인 선택이다. 그리고 이런 변화의 주체는 당연히 젊은 법조인들이 돼야 한다. 젊음이 가진 최대 무기가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는 자신감’ 아니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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