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믿고 싶은 것만 믿는 ‘후진 진보’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월 17일 03시 00분


민주당 이석현 의원이 13일 안상수 한나라당 대표 아들의 서울대 로스쿨 부정 입학설을 주장하자 조국 서울대 로스쿨 교수가 트위터를 통해 ‘완전 오보(誤報)’라고 반박했다. 조 교수는 안 대표 아들이 서울대 로스쿨 예비합격자 2순위에 올라 5명의 미등록 결원을 보충하면서 최종 합격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여당 대표가 밉더라도 팩트(사실)는 팩트다. 안 대표의 아들 인권도 역시 보호돼야 할 인권”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서울대가 공식 부인하자 이 의원과 민주당은 하루 만에 사과했다.

이후 조 교수를 비난하는 사람이 적지 않은 모양이다. 그는 트위터를 통해 ‘내가 서울대 법대 선배인 안상수 대표를 도우려고 나섰다는 말도 있다. 이석현 의원도 서울대 법대 선배다. 진실을 밝히는 데 무슨 대학 동문 운운이냐’고 개탄했다. 좌파 성향의 학자로 알려진 그는 “민주당 소속 또는 지지하는 일부 인사들이 내가 ‘이적(利敵)행위’를 했다고 비난한다”면서 “후진 보수가 지배하는 세상이라 열 받는 일이 많은데 진보까지 후지게 행동하면 짜증이 난다. 진실을 외면해서도 안 되고 ‘격(格)’을 잃어서도 안 된다”고 주장했다.

조 교수에 관한 인터넷 기사에는 ‘(조 교수가) 다음 총선에서 한나라당 공천이 생각나는가 보다’ ‘진보를 이용해 먹고 자신의 명리를 위해 진보를 팔아먹었다’는 인신 공격성 댓글이 달려 있다. 이른바 진보를 자칭하는 사람들이 진실과 사실에는 관심이 없고 자신들이 지지하는 정파의 유·불리만 따져서 믿고 싶은 것만 믿으려 한다는 걸 보여주는 증거다.

‘오보’의 장본인인 이 의원이 잘못을 인정했는데도 좌파 진영에 불리하다는 이유만으로 조 교수를 비난하는 세력은 사실 관계에는 관심이 없다고 봐야 한다. 이들은 외국 전문가들까지 참여한 민군(民軍)합동조사단이 천안함 폭침에 대해 북한 소행이라는 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1번’ 글씨가 쓰인 어뢰추진체까지 찾아냈는데도 근거 없는 의혹을 제기한 사람들과 같은 부류다. 광우병 촛불시위 때도 과학적 근거가 없는 허위선동이 판을 쳤다.

누구나 의견을 말하는 것은 자유지만 그 의견이 정확한 사실에 기초했을 때만 존중받을 수 있다. 정치적 이익을 위해 사실을 왜곡해 퍼뜨리는 세력이 판치면 민주주의의 뿌리가 흔들린다. 국회에서 ‘아니면 말고’ 식의 폭로를 일삼는 정치인들도 사라져야 민주주의가 정상적으로 작동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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