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슈투트가르트 시의 WSS 종합학교 학생 무라트 세커 군(18)은 1주일은 학교에서 수업을 받은 뒤 그 다음 2주일은 메르세데스벤츠사(社)에서 실습생으로 일한다. 학교에서 배운 기술을 회사에서 바로 실습할 수 있어 좋다. 독일 기업들은 젊은 기능인재를 선점할 수 있고 세제(稅制) 혜택까지 있어 실습생 고용에 적극적이다. 독일의 ‘기술’이 세계에서 우뚝 선 것도 WSS 같은 직업학교들이 산업현장에 꼭 필요한 기술명장(마이스터)들을 길러냈기 때문이다. 일반 고등학교(김나지움)는 같은 또래 가운데 35% 정도만 다닌다.
독일 같은 ‘산업수요맞춤형 교육’을 위해 올해 3월 전국에서 21개 마이스터고가 첫 신입생을 받았다. 삼성전자는 이들 가운데 100∼200명을 뽑아 마이스터고 재학 시절부터 삼성전자에서 현장실습을 시킨 뒤 졸업과 동시에 정규직으로 채용하기로 했다.
요즘 청소년들이 대부분 대학에 진학하는 것은 좀 더 번듯한 일자리를 얻을 수 있다는 막연한 기대 때문이지만 현실은 다르다. 고교 졸업 후 바로 삼성전자 같은 좋은 직장에 취직할 수 있다면 취직 못하는 대학에 굳이 가지 않아도 상관없다는 학생이 늘어날 것이다. 대학을 졸업한 뒤 취업을 하지 못해 좌절감에 빠지는 것보다 훨씬 실속 있는 선택일 수 있다. 마이스터고 출신이 좋은 일자리를 많이 얻어 사회의 부러움을 살 정도가 된다면 맹목적으로 대학 진학에 매달리는 풍조가 완화될 것이다. 그러려면 마이스터고 교육의 질을 획기적으로 높이고, 교육 내용과 일자리를 연결하는 산학 협동이 확산돼야 한다.
삼성이 선발하는 인원은 전체 마이스터고 정원 3600명 가운데 3∼6%에 불과하다. 대다수 학생들은 실습 나갈 기업이 없다. 마이스터고 교장과 교사들은 학생 실습을 받아줄 기업을 구하러 외판원처럼 돌아다녀야 한다. 기업은 정부의 ‘협조 지침’도 세제혜택도 없으니 굳이 실습생을 받을 이유가 없다.
정부는 올해 5월 “2018년까지 연평균 4만5000명의 대학졸업자(전문대 포함)가 일자리를 구하지 못할 것”이라며 마이스터고를 비롯한 ‘고교 직업교육 선진화 방안’을 대안으로 발표했다. 지금처럼 마이스터고를 방치할 경우 고학력 실업이 과연 줄어들지 의문이다. 정부는 마이스터고는 물론이고 특성화고(구 전문계고)에 대해서도 대폭적인 지원과 관심을 쏟을 필요가 있다. 교육의 내용과 질에서 기업들이 원하는 인재를 육성하는 것이 고학력 실업을 해결하는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