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위원회 좌담]북한 3대 세습… “獨통일 언론신뢰성 큰 역할… 우리도 대비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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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0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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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독자위원회는 26일 본사 편집국 회의실에서 회의를 열고 ‘북한 3대 세습과 언론 보도’를 주제로 토론했다. 왼쪽부터 박태서 스탠더드에디터, 박명식 미디어연구소장, 이민웅 위원, 정성진 위원장, 윤영철 위원, 최영훈 스탠더드에디터.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동아일보 독자위원회는 26일 본사 편집국 회의실에서 회의를 열고 ‘북한 3대 세습과 언론 보도’를 주제로 토론했다. 왼쪽부터 박태서 스탠더드에디터, 박명식 미디어연구소장, 이민웅 위원, 정성진 위원장, 윤영철 위원, 최영훈 스탠더드에디터.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북한은 지난달 28일 노동당 대표자회에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3남 김정은의 3대 세습을 공식화했다. 10일 노동당 창건 65주년 기념 열병식에서는 김정은이 주석단에 올라 공식 후계자임을 대내외에 천명했다. 이날 한국에서는 황장엽 전 북한 노동당 비서의 죽음이 알려졌다. ‘북한의 3대 세습’과 ‘황 전 비서의 죽음’을 놓고 한국의 정치권, 사회단체는 물론이고 언론도 보수와 진보의 색깔에 따라 확연한 시각차를 드러냈다. 동아일보 독자위원회는 26일 ‘북한 3대 세습과 언론 보도’를 주제로 토론했다.》
―3대 세습은 북한뿐만이 아니라 한반도 전체, 나아가 동아시아 및 전 세계적으로 중요한 문제입니다. 이 문제에 대해 언론은 보수냐, 진보냐에 따라 서로 다른 시각에서 보도했습니다. 같은 보수, 같은 진보의 보도라도 그 결에 차이가 있었습니다. 북한 관련 보도의 문제점은 무엇이며, 바람직한 보도는 어떤 것일까요.

최영훈 스탠더드에디터=북한 관련 보도의 가장 큰 맹점은 그 보도가 맞았는지 틀렸는지를 곧바로 확인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4, 5개월이 지나서야 확인되기도 합니다. 우리뿐 아니라 전 세계가 관심을 갖기 때문에 신중하고 정확하게 보도해야 하고 아울러 속보 경쟁을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어떤 보도는 일부 정확하지 못했던 것으로 드러나기도 합니다. 북한 관련 보도의 한계입니다.

이민웅 위원=이번 두 사건의 보도는 그동안의 보도와는 성격이 다릅니다. 즉각 확인할 수 없었던 이전과는 달리 드러난 사실을 어떻게 해석하느냐 하는 문제입니다. 진보-보수, 좌파-우파를 가르는 기준이 적절한지 헷갈립니다. 생산수단의 사회화냐 사유화냐, 분배냐 효율성이냐 같은 기준이 북한 문제만 끼어들면 뒤죽박죽이 됩니다. 반동적이며 반인민적인 독재체제는, 예를 들어 3대 세습은 진보 좌파가 도저히 용납할 수 없으며 정말 혹독하게 비판할 대상입니다. 그런 진보 좌파가 북한 문제만 나오면 두둔하고 추종합니다. 특히 민주당은 세습에 대해 “민주국가인 우리로서는 이해하기 힘든 일이다. 이럴 때일수록 대북문제에 깊은 관심을 갖고 남북 협력을 지속적으로 추진해야 한다”고 논평했습니다. 자가당착입니다. 국민 정서에도 어느 정도 부응하고 북한의 비위도 건드리지 않겠다는 정파적 타산이 빚어낸 것이죠. 북한 문제 앞에선 보수와 진보를 가르는 우리의 가치 기준이 전부 날아가 버립니다. 신문마다 결이 다른 건 이념 때문이 아니라 이념을 가장한 정파적 이해관계가 결부됐기 때문입니다.

정성진 위원장=북한 관련 보도에는 이념과 민족이라는 이중적 측면이 있습니다. 인간의 존엄성 같은 보편적 가치와 민족 동질성, 동포애 같은 정서적인 면이 있기 때문에 이번 두 사건의 보도에서처럼 시각차가 드러납니다. 또 취재원이 한정돼 있고, 확인하기 어렵고, 당국의 발표에 많이 의존하기 때문에 심층분석이 어렵고 도식적이 되기 쉽습니다. 이런 기사는 뒷맛이 씁쓸하고 미흡하다는 느낌을 줍니다.

윤영철 위원=3대 세습 보도는 김정일 김정은 부자의 개인적 측면에 치우쳤습니다. 김정은의 사진을 너무 중요시하고 공부를 얼마나 잘했는지, 일본에 있는 요리사가 무슨 말을 했는지 등 개인의 신변에 초점을 맞췄습니다. 정작 북한의 정치 시스템이 제대로 굴러갈지, 세습 시스템이 어떻게 돼 있는지 등에 대한 소개는 소홀했습니다. 이런 부분이 들어가야 독자들도 북한에 대해 올바른 판단을 할 수 있습니다. 민주주의라는 가치관을 바탕으로 볼 때 세습에 대한 반대는 논쟁의 여지 없이 사회적 합의가 이뤄진 부분이므로 보수든 진보든 자신 있게 비판할 수 있어야 합니다. 이른바 진보 성향의 어떤 신문은 침묵으로써 묵인하는 모습을 보였는데 그런 태도는 문제가 있다고 봅니다.

최 스탠더드에디터=김정은이 워낙 베일에 가려 있다가 갑자기 나타나니까 신변잡기 같은 데에 초점을 맞출 수밖에 없었습니다. 어릴 때 베른에서 찍었다는 사진 말고는 없어 국내 언론이 최근의 사진에 목마른 상태였는데 이번에 교묘하게 연출해 내놓으니 관심이 집중됐다고 봅니다. 북한이 워낙 폐쇄되어 있기 때문에 시스템 측면의 접근이 어렵습니다. 하지만 단편적으로라도 나올 것으로 보며 그때마다 분석적인 보도가 계속 이뤄질 것입니다.

―북한 관련 보도에는 주의할 점도 많다고 봅니다. 폐쇄적인 사회여서 직접 눈으로 보고 믿을 만한 취재원을 바탕으로 하는 게 아니다 보니 뜬구름 잡기 식이거나 믿거나 말거나 식의 보도도 일부 있는 게 사실입니다.

정 위원장=정보원인 북한 주민의 신원이 노출돼 피해가 간다든지, 외교 문제가 야기된다든지, 우리의 대북 전략 같은 안보 사항의 허점이 노출된다든지 하는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자제하는 슬기가 필요합니다. 또 북한의 봉건적인 권력 실세 및 체제와 고통 받는 주민의 생활상이나 인권 등은 엄격하게 구분해야 합니다. 이른바 북한의 급변 사태 등에 대한 국민의 불안감이나 의구심이 어느 정도 있다고 봅니다. 휴전선이 전부 지뢰밭이므로 내려올 수도 없고 걱정할 필요도 없다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육상으로, 해상으로 몇 십만 명이 떼 지어 내려오면 어떡하느냐고 걱정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정부가 장기적인 대비책을 세워 놓고 있을 겁니다. 이걸 소상히 공개할 수는 없겠지만 치밀한 계획이 있음을 국민에게 알릴 필요가 있습니다. 언론도 이런 부분을 보도하기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윤 위원=우리의 헌법적 가치에 입각해 북한의 인권, 민주화 같은 문제에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사람이 많을 텐데 그러지 못하는 이유를 생각해 봐야 합니다. 북한 당국에서 북한 전문가나 기자들이 어떻게 말하고 쓰는지를 주시하고 못마땅한 사람에겐 북한과의 교류 등에서 비협조적으로 대하는 일종의 길들이기가 있지 않나 싶습니다. 북한에 많이 다녀오고 정보통도 많이 확보하고 있는데도 결과적으로 불이익을 받을까 봐 소신대로, 헌법적 가치대로 얘기하지 못하는 함정에 빠진 게 아닌가 생각합니다.

이 위원=비교적 최근에 통일된 독일 베트남 등의 사례를 취재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독일이야 자료가 많아 잘 알지만 베트남은 그렇지 않습니다. 베트남은 통일된 지 30년이 넘었지만 남북의 교류가 완전히 자유스럽지 못합니다. 남쪽 사람이 북쪽으로, 북쪽 사람이 남쪽으로 가려면 허가를 받아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숙식 등의 비용을 외국인처럼 비싸게 치러야 한답니다. 분단된 동안 DNA가 바뀌었다고 할 정도로 이질화됐으므로 오랜 기간에 걸쳐 서서히 동질화해야 한다는 것이죠. 우리도 체격 등의 면에서 눈에 띌 정도로 차이가 생겼습니다. 정신 측면은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 않을 것입니다. 독일의 한 학자는 통독의 결정적인 토대는 언론이 제공했다고 했습니다. 동독인들이 서독 언론의 보도를 신뢰했고, 또 동독인들이 자신을 ‘동독인’이 아니라 ‘독일인’으로 믿게끔 보도했기 때문이라는 것이죠. 당시 동독에서 서독 언론 보도를 볼 수 있었기에 가능했던 일입니다. 북한 실상의 보도는 좀 애쓰면 되는데 우리 실상을 북한에 알릴 방법이 없는 게 문제죠.

박태서 스탠더드에디터=신동아 11월호는 북한을 탈출해 정착했으나 잠재적 간첩으로 몰리고 있다며 분노하는 새터민들의 실상을 보도했습니다. 새터민 출신 가운데 한 언론사의 중견 기자가 석연치 않은 이유로 회사를 떠났고 정부 기관에서 일하던 사람이 줄줄이 실직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또 일부 여성은 일본까지 가서 성매매를 하다 무더기로 적발됐습니다. 이들에 대한 관심이 필요합니다.

정 위원장=우리 사회에 새터민을 부정적으로 보는 분위기가 많습니다. 이 사람들이 적응을 못 하고 소외감을 느끼고 있습니다. 이들을 무조건 백안시하는 바람에 직장을 구하기도 어렵고, 아이들도 학교에서 ‘왕따’를 당하는 실정입니다. 이주 노동자들과는 달리 말이 통하니 잘 적응할 수 있으리라는 막연한 생각에 관심을 덜 갖는 것 같습니다. 정부와 사회, 언론의 관심이 다문화가정이나 이주 노동자에 대한 인식을 바꿨듯이 그들을 포용하고 배려하려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정리=여규병 기자 3springs@donga.com

● 위원장
정성진 전 법무부 장관

● 위원
이민웅 한양대 명예교수
윤영철 연세대 언론홍보대학원장
최영훈 편집국 스탠더드에디터
박태서 동아닷컴 스탠더드에디터

● 사회
박명식 미디어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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