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노지현]병역비리 먹고 사는 ‘검은 의술’ 처벌해야

동아일보 입력 2010-09-17 03:00수정 2010-09-17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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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의관인 정신과 전문의 A 씨는 의무조사를 할 때마다 깜짝 놀란다. 의무조사란 병사 가운데 건강상태가 좋지 않거나 군 생활을 계속하기 어렵다는 판단이 들 경우 다시 한 번 신체검사를 받도록 하는 제도다.

겉보기엔 일반인과 똑같아 보이지만 알코올의존증인 부모님 때문에 심각한 우울증을 앓는 사람도 있다. ‘행동이 굼뜨다’ ‘정신머리가 없다’는 말을 듣는 병사 중에는 지능이 매우 낮거나 인지능력이 정상인보다 현격하게 떨어지는 경우도 있다. ‘이런 사람들한테 수류탄과 총을 쥐여줘도 되는 건지, 어떻게 신체검사를 통과했는지….’ 속으로 이런 답답한 생각이 들 때가 많다.

모두 현행 신체검사 방식으론 정신건강을 세세히 살피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정신건강이 문제가 있다는 것을 입대 전에 인정받으려면 1년 이상 외래치료를 받은 기록이 있거나 지능검사, 뇌 검사 및 치료를 받은 흔적이 있어야 한다. 그러나 이들은 치료를 받아야 한다는 생각 자체를 못하는 경우가 많다. 한 번에 10만 원이 넘는 검사를 받을 경제력이 없는 가정 출신도 있다.

가지 말아야 할 사람이 신체검사를 ‘무사통과’하는 경우와 반대로 멀쩡한 사람이 병역면제를 받는 비리는 끊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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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부의 ‘징병 신체검사 규칙’이 엄격해질수록 이를 뛰어넘으려는 신종 수법도 점점 늘어났다. 1990년대 초반 유행했던 무릎연골 수술이 발각되자 1990년대 중반부터는 허리디스크 수술이 바람을 탔다. 2000년대 들어서면서부터는 ‘어깨’가 강세다. 지난해 경기 고양시 일산경찰서에서 브로커를 통해 어깨탈구 수술을 받은 운동선수와 일반인 수백 명이 적발됐다.

최근 가수 MC몽이 생니를 뽑아가면서 병역면제를 시도했다는 혐의로 기소될 처지에 놓였다. 만약 이번 사건이 병역비리로 결론난다면 무릎에서 시작된 위장(僞裝) 수술이 허리와 어깨를 넘어 치아까지 올라가는 셈이다.

이처럼 20년 가까이 병역비리를 끊이지 않게 한 장본인은 따로 있다. 바로 돈을 노리고 병역면제 시장에 뛰어든 일부 의사다. 병역 면제 여부는 의사가 발급하는 병사용 진단서에 달려 있다. 의뢰한 ‘환자’와 의사의 공모 여부도 밝혀내기 쉽지 않다. 수사가 시작되면 해당 병원 의사는 잡아떼기 일쑤였다. 보건당국 역시 병역비리와 연관된 의사에게 사실상 마땅한 처벌을 내리지 못했다.

병역비리 사건이 터질 때마다 연예인과 유명인이 카메라 앞에 선다. 그러나 그런 일에 결정적 키를 쥔 비윤리적 의사에게도 따끔한 처방을 하지 않는다면 신종 면제 수술은 끊이지 않을 것이다.

노지현 교육복지부 isityo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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