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중소기업도 모럴 해저드는 제거해야

동아일보 입력 2010-09-09 03:00수정 2010-09-09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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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대통령은 어제 중소기업인 간담회에서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상생(相生)도 제도와 규정만 갖고 할 수 없다”면서 대기업들에 근본적인 인식 변화가 있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주요 대기업 총수들은 13일 이 대통령과 회동을 갖고 ‘올해 30대 그룹의 상생 지원 규모가 지난해보다 30% 늘어난 3조 원에 이른다’고 발표할 예정이다. 대기업들은 정부의 주문에 떠밀려서가 아니라 자발적인 상생 노력을 해야 성과가 나고 지속가능한 지원이 될 수 있다.

중소기업은 국내 기업 수의 99%, 일자리의 88%를 차지한다. 우리 경제의 실핏줄 같은 중요한 존재다. 그렇지만 중소기업이라는 이유만으로 무조건 보호를 받을 수는 없다. 경쟁력이 없는 한계 중소기업까지 상생의 보호막 안에 안주하면 오히려 전체 경제에 주름살을 안겨주게 된다.

정부의 중소기업 예산은 1996년 전체 예산의 2.8%인 2조4000억 원에서 지난해에는 4%인 11조9000억 원으로 증가했다. 전경련에 따르면 현재 시행 중인 중소기업 지원제도는 무려 1761개에 이른다. 최근 한 공청회에서는 ‘신용보증기금과 중소기업진흥공단의 정책금융 지원이 장기화, 거액화하면서 부실기업 퇴출이 지연됐다’는 비판적 견해가 나왔다.

김중수 한국은행 총재는 6월 “전례 없는 중소기업 지원으로 부도업체 수는 줄어든 대신 이자보상비율이 100%를 하회하는 한계기업이 크게 늘었다”고 우려했다. 기업이 낸 이익으로 은행이자도 다 내지 못하는 한계기업이 정리돼야 경쟁력 있는 기업에 자원이 효율적으로 배분될 수 있다. 우량 중소기업은 선별지원하고 한계기업은 상시적으로 구조조정을 하는 시스템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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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중소기업 정책을 보호와 지원 위주에서 경쟁력 강화 위주로 전환하는 작업을 당초 계획대로 마무리해야 한다. 정부가 15년 만에 대대적으로 손질한 중소기업기본법 개정안에 대해 중소기업 관련 단체들이 불만을 쏟아내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폐지하기로 했던 보호정책들을 되살려서는 안 된다. 이 대통령도 어제 간담회에서 “중소기업이 공정한 대우를 받아야 하겠지만 대기업보다 더 노력하고 대기업 발전에 기여하는 위치에 서도록 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중소기업이 스스로 질적인 혁신을 꾀하지 않고서는 좋은 일자리를 지속적으로 창출하기 어렵다. 정부와 대기업이 한계 중소기업의 정리 없이 무조건 시혜를 베푼다면 그것도 모럴 해저드(도덕적 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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