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드 코리아/마틴 유든]제조업이 금융업보다 큰 영국

동아일보 입력 2010-09-03 03:00수정 2014-08-19 1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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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한 영국대사로서 활동하다 보니 한국인과 영국에 대해 이야기할 기회가 자주 생긴다. 내가 만난 분 중에는 이전에 영국을 방문한 이도 있고, 어떤 분은 영국에서 거주했거나 일을 한 경험이 있어서 영국의 현재 모습을 잘 파악하고 있었다. 하지만 영국을 잘 모르는 분도 더러 만난다. 영국에 대한 이분들의 지식은 ‘유럽에 속해 있으며, 여왕이 존재하고, 축구 리그로 유명한 나라’라는 정도였다. 틀린 건 아니지만 훨씬 다양한 내용이 많다는 사실은 몰랐다.

영국에 대해 잘못 이해하는 분도 가끔 만난다. 가장 오해하는 내용은 영국 경제가 금융부문에 지나치게 의존하다 보니 현재 금융위기를 겪는다고 생각한다는 점이다. 이는 두 가지 측면에서 틀리다는 사실을 이 지면을 통해 밝히고 싶다. 왜냐하면, 영국 경제는 다른 국가와 비교했을 때 매우 건전한 상태에 있다고 말할 수 있으며 금융뿐만 아니라 다양한 산업부문에서 고른 성장으로 다져진 다양화된 경제이기 때문이다.

영국 경제가 계획대로 모두 잘 굴러간다는 뜻은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영국의 새 연립정부는 재정적자 및 부채 해결이 영국 경제에 있어 최우선 과제임을 천명하면서 문제 해결에 전력투구한다. 국내총생산(GDP)의 11%에 이르는 재정적자를 해결하는 것은 엄청난 과제임에는 분명하다. 하지만 새 정부는 출범 100일 만에 60억 파운드를 절감할 방법을 강구했다. 검토 결과는 10월에 발표할 예정이지만 영국 정부는 향후 4년 이내에 정부 지출을 25% 감축하려고 한다.

이보다 더 중요한 점은 영국 경제가 다른 국가와 비교했을 때 훨씬 나은 상태라는 사실이다. GDP 대비 부채 비율에 있어서 영국은 71.6%로 선진 7개국(G7) 중에 가장 낮다. 프랑스는 74.5%, 이탈리아는 115.9%, 일본은 200%에 육박한다. 이러한 상황은 영국 경제가 단기적인 재정적자를 잘 관리함으로써 장기적으로 부채를 통제할 수 있게끔 유리한 이점을 만들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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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시경제학적 신호 역시 매우 긍정적이다. 지난주 발표된 수치에 따르면, 영국 경제는 2010년 2분기에 성장률 1.2%를 기록했다. 국제통화기금(IMF) 예측에 따르면 2015년에는 영국의 경제성장률이 G7 중 최고치를 기록한다. 게다가 영국 실업률은 계속 하락하여 G7의 평균 실업률과 비슷한 8.2%에 머물렀다. 2011년에는 G7 중에서는 캐나다 일본 다음으로 낮을 것으로 예측됐다.

금융부문은 어떠한가. 세계경제포럼에 따르면 영국이 세계 제1위의 금융국가이긴 하지만 금융부문은 영국 GDP의 10%밖에 차지하지 않는다. 10%라는 수치는 BBC와 같은 언론, 폴스미스 버버리 비비안웨스트우드와 같은 패션, 콜드플레이 오아시스 같은 음악산업이 차지하는 비율과 맞먹는다.

영국 경제의 나머지는 제조업과 같은 여러 부문에 기초한다. 많은 사람이 영국이 세계 제6대 제조업 국가라는 사실에 놀라곤 한다. 지난해 제조업은 영국 GDP의 13.5%를 차지했고 영국은 세계 제5대 무역국가로 등극했다. 영국 제조업은 하이테크가 중심이다. 일례로 자동차경주대회인 F1팀의 절반 이상이 세계에서 가장 빠른 최첨단 레이싱 머신을 생산하는 영국의 기술을 이용하기 위해 영국에 본부를 두었다.

나는 다음 달 전남 영암에서 개최되는 F1국제자동차경주대회를 손꼽아 기다린다. 세계 최고의 영국 제조기술에 의해 시속 350km로 트랙을 달리는 자동차 경주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영국 경제가 놀라운 속도로 성장하는 것은 아니지만 느리게 걸어가는 것도 결코 아니다.

마틴 유든 주한 영국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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