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김정일의 對中구걸외교 vs 미국의 고강도 제재

동아일보 입력 2010-09-01 03:00수정 2010-09-01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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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과 중국의 양국 정상회담 결과 발표와 미국의 추가 대북(對北)제재 발표가 6시간의 시차를 두고 터져 나왔다. 북-중의 혈맹 시위에 미국이 강력한 북한 제재로 즉각 대응한 양상이다. 미국은 북-중 정상의 결속력 과시에 맞서 북한이 변하기 전에는 제재를 멈출 수 없다는 분명한 메시지를 보낸 것이다.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방중(訪中) 행보는 3대 세습을 위해 중국에 매달리는 구걸외교였다. 김 위원장은 “조(북한)-중 친선의 바통을 후대들에게 잘 넘겨주는 것은 우리들의 역사적 사명”이라며 사실상 부자(父子) 권력승계 승인을 요청했다. 후진타오 국가주석은 “(9월 초 열리는) 조선노동당 대표자회가 원만한 성과를 거둘 것을 축원한다”며 맞장구를 쳤다.

천안함 폭침 이후 김 위원장을 두 번째 만난 후 주석은 천안함 사태에 대해 아무런 추궁을 하지 않아 사실상 면죄부를 줬다. 중국은 정상회담에서 6자회담이 논의됐다고 밝혔지만 북한 언론은 언급하지 않아 김 위원장의 ‘6자회담 조속재개 희망’ 발언에는 무게가 실리지 않은 것으로 풀이된다. 북-중 정상회담은 결국 한반도의 긴장을 풀기 위한 돌파구를 마련하지 못해 우리로서는 실망스러운 회동이었다.

북한의 평화 파괴 행위가 중단되지 않는 상황에서 미국이 제재를 지속하는 것은 당연하다. 미국의 추가 대북제재는 김 위원장을 정면으로 겨냥했다. 미국은 김 위원장의 비자금을 관리하는 노동당 39호실, 천안함 폭침을 주도한 정찰총국과 김영철 정찰총국장을 제재 대상으로 지목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상원과 하원 의장에게 보낸 서한에서 ‘46명의 사망자를 낸 천안함에 대한 기습공격’을 포함한 북한의 안보위협을 고려했다고 밝혔다. 미국이 북한의 천안함 도발과 관련해 독자적으로 상당한 물증을 확보했음을 짐작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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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위원장은 중국의 품에 안겨 핵을 짊어지고 점점 더 나락으로 떨어질 것인가, 아니면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고 이제라도 회생의 길을 택할 것인가를 놓고 결단을 내려야 할 순간이 다가오고 있다. 미국은 추가 대북제재를 발표하면서 “북한 주민을 겨냥한 게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우리 정부도 어제 100억 원 상당의 수해 복구 지원을 하겠다고 북측에 통보했다. 북한 김정일 체제가 근본적으로 변해야 북한 주민도 절망에서 벗어날 기회를 잡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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