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호택 칼럼]자유민주주의 울타리 안에서의 共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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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8월 29일 2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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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카에다 테러로 3000명이 희생된 월드 트레이드센터 가까운 곳에 이슬람 수피교단이 문화센터를 건립하려는 계획에 대해 미국 내의 논란이 뜨겁다. 수피교단은 이슬람 종파(宗派) 중에서 다원적 가치를 수용하는 가장 온건한 집단이다. 올 7월에는 탈레반들이 파키스탄 라호르에 있는 수피교단의 성소에 자살 폭탄 공격을 해 217명을 살상했다. 그러나 알카에다의 공포에 젖은 미국인들은 종파에 관계없이 이슬람을 똑같은 하나로 취급한다.

오바마 대통령은 8월 13일 라마단(이슬람 성월) 시작을 기념하는 백악관 만찬에서 “이슬람교도들은 다른 미국인과 마찬가지로 종교의 자유를 갖고 있다”며 수피교단의 이슬람센터 건립 계획을 지지하는 발언을 했다. 오바마 대통령의 이 발언은 공화당 대선주자들의 집중 표적이 됐다. 뉴트 깅리치 전 하원의장은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워싱턴에 있는 홀로코스트(나치의 유대인 대량학살) 기념관 옆에 나치가 표지판을 세울 권리를 갖고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오바마 대통령도 여론조사 응답자의 68%가 반대하는 사안의 민감성을 의식해 하루 만에 “나는 법률이 인종 종교에 관계없이 모든 사람을 똑같이 취급해야 한다고 말한 것”이라면서 “그라운드 제로 인근에 이슬람 사원을 짓는 계획이 지혜로운지에 대해서는 이야기하지 않았다”고 물러섰다.

오바마는 케냐 출신 아버지로부터 후세인이라는 이슬람식 중간 이름을 물려받았다. 그는 이슬람 문화권인 인도네시아에서 소년기를 보냈고 양아버지도 무슬림이었다. 오바마는 다문화적 배경과 시카고대 로스쿨에서 강의했던 헌법학의 원리에 따라 이런 발언을 했지만 어느 나라에서나 정치인이 주류의 생각에 배치되거나 소수자의 헌법적 권리를 인정하는 발언을 하기는 쉽지 않다.

좌우 개념 뛰어넘는 헌법적 가치

필자는 언젠가 좌우파 인사들이 고루 참석한 세미나에서 한 좌파 인사가 옆 자리의 서울대 교수에게 “당신네 학교의 P 교수라는 사람, 그 친구 정권 바뀌면 한번 혼내줘야겠어”라고 말하는 것을 들은 적이 있다. P 교수는 보수적인 관점에서 신문 칼럼을 활발하게 쓰고 있다. 자기 맘에 들지 않는 칼럼을 쓴다는 이유로 정권 바뀌면 혼내주겠다는 인식 속에는 나와 다른 관점을 인정하지 않는 근본주의적 사고체계가 똬리를 틀고 있다. 승자독식(勝者獨食)의 권력게임을 정치제도화 해놓고 있는 우리나라 현실에서 좌우 양쪽에 상대 쪽을 혼내주겠다고 벼르는 사람들이 많다 보면 이념의 극한적 대립이 깊어질 수밖에 없다.

동아일보가 7월 20일부터 연재하고 있는 ‘대한민국 공존(共存)을 향해’ 시리즈에 대한 독자의 반응이 뜨겁다. 미국 시사주간지 뉴스위크가 선정한 세계 베스트국가 순위에서 한국은 15위를 기록했다. 한국은 교육(2위)과 경제적 역동성(3위)에서 상위권을 기록했고, 정치적 환경(23위) 삶의 질(29위) 부문이 종합순위보다 낮았다. 국토가 좁고 경쟁이 치열한 나라에서 삶의 질을 높이는 데는 다소 한계가 있지만 자유·인권·법치의 정도, 정부의 기능, 정치참여도와 정치적 안정을 고려하는 정치적 환경 부문은 우리가 노력하기에 따라 얼마든지 끌어올릴 수 있다.

정치적 안정 쪽에서 1∼5위를 한 스웨덴 노르웨이 네덜란드 뉴질랜드 덴마크를 보면 모두 나라의 크기가 우리보다 조금 작거나 비슷하다. 종합순위에서도 작고 부유하며 안전하고 날씨가 추운 나라들이 상위권을 형성했다. 사회적 균열을 치유하는 사회제도적 장치들을 발달시켜 성공적으로 갈등을 관리해야만 정치적 안정을 이룰 수 있다. 정치적 환경 부문에서 베스트 점수를 받은 국가들은 사회적 합의와 정치적 안정을 오랫동안 유지했고 그 바탕 위에서 경제성장을 이뤄 삶의 질을 높일 수 있었다. 정치적 안정지수가 높은 나라일수록 ‘나 또는 우리’와 다른 견해에 대한 관용성이 크다.

공존 대상과 맞설 세력 구분해야

오바마는 헌법이 보장하는 종교의 자유를 이슬람교도들에게도 똑같이 적용해야 한다고 말하지만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에서는 미국의 안전과 평화를 위협하는 이슬람 근본주의와 한 치의 양보도 없는 전쟁을 치르고 있다. 우리도 대한민국의 국민, 영토, 주권을 위협하는 세력과는 손을 잡거나 한울타리 안의 공존을 논하기 어렵다. 한국이라는 공동체의 구성원들이 평화와 번영 속에서 더불어 사는 사회가 되려면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규정한 헌법적 가치를 함께 수용한다는 전제 위에서 서로의 헌법적 권리를 인정해야 가능하다.

대한민국 헌법이 추구하는 가치와 이념은 좌우나 보수 진보를 뛰어넘는 상위 개념이다. 우리 헌법이 지향하는 기본이념은 민주주의, 법치주의, 실질적 자유와 평등이 실현되는 사회국가 원리, 문화주의 등이다. 보수도 진보도 어디까지나 이 헌법적 가치 안에서 따져야 공존이 가능하다.

황호택 논설실장 hthw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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