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광장/남궁영]北급변사태 경제 건강 후계에 달렸다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8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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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주의권이 붕괴한 1990년대 초 이후, 북한의 미래에 대한 전망은 다음과 같은 네 가지로 예측됐다. 첫째, 김정일 정권의 현상유지. 둘째, 북한의 중국식 개혁개방. 셋째, 김정일 정권 또는 사회주의 체제의 붕괴. 넷째, 북한 국가붕괴다. 한반도의 내외적 환경변화에 따라 1990년대 후반까지는 북한 붕괴론, 2000년대 들어와서는 북한 존속론, 그리고 2008년 이후에는 다시 북한 붕괴론으로 전망의 무게중심이 이동했고, 국내 학계에서도 많은 논쟁이 지속됐다.

먼저 1990년대 후반부터 대두됐던 북한 존속론에 기반한 북한 변화 논쟁은 앞서 언급된 첫 번째와 두 번째 전망을 반영하고 있다. 논점은 북한이 중국이나 베트남 정도의 개혁개방 의지가 있으며, 또한 그것을 위한 변화를 진행하고 있느냐 하는 것이다. 여기서는 북한의 변화가 단순히 외양적인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본질적인 변화로 이어질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사회주의 국가의 변화는 ‘체제내적(體制內的) 변화’와 ‘체제전환적 변화’로 구분할 수 있다. 체제내적 변화는 사회주의 계획경제의 기본 원칙과 틀은 유지하면서 시장경제적 요소의 도입을 통해 효율 향상을 도모하는 것이다. 체제전환적 변화는 사회주의 계획경제의 기본 틀 자체를 변경하는 것으로 시장경제로의 전환을 지향한다.

사회주의 국가들의 개혁을 연구한 코르나이는 ‘사회주의 체제전환(post-socialist transition)’의 정의를 사회주의 체제로부터 정치영역에서는 다원민주주의, 경제영역에서는 시장경제 체제로의 이동이라고 규정했다. 이 같은 관점에서 볼 때 북한은 시장경제를 지향한 체제전환적 경제개혁을 추진하고 있다고 볼 수 없다. 아직까지 노동당이 독점적인 권력을 유지하고 있으며, 국가 소유와 집단적 소유의 비중이 절대적이고, 경제 또한 중앙정부가 주도하는 관료적 조정이 우선적으로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식량도 해결 못하는 체제內개혁

현재 북한이 시행하고 있는 7·1 조치와 이후 단행한 일련의 경제개혁 조치들은 체제내적 개혁에 불과하다. 더욱이 북한은 2006년 이후 개인경작지 단속, 종합시장(소비재 거래시장) 폐쇄 발표 등 시장경제 요소의 확산을 막기 위해 중앙집권적 계획경제를 강화하고 있다. 김정일 정권이 추진한 개혁의 한계가 여실히 드러나는 부분이다.

다음은 북한 붕괴론에 기반을 둔 북한의 급변사태에 대한 것이다. 북한은 최근 들어 체제내구력이 급속히 저하되고 있으며, 그 배경은 다음과 같다. 첫째, 경제적으로 1990년대 이후 북한은 ‘먹는 문제’를 해결하지 못할 정도로 최악의 위기상황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북한의 두 차례에 걸친 핵실험은 국제사회의 경제적 지원 중단과 대북한 경제제재의 강화요인으로 작용하며 경제위기를 더욱 악화시켰다. 북한 지도부는 주민이 필요로 하는 것을 제공할 능력이 사라진 지 오래이며, 매년 2000명이 넘는 탈북자가 한국으로 들어오고 있음이 이를 증명하고 있다.

둘째, 김정일 위원장의 건강문제이다. 김정일은 2008년 8월 뇌중풍으로 쓰러졌다. 이후 어느 정도 회복이 된 것 같으나 1942년생인 김정일은 70세에 가까운 고령에 여전히 고혈압 당뇨병 같은 지병을 가지고 있으며, 지도자로서의 격무에 시달리고 있다. 북한과 같은 독재체제에서 김 위원장의 건강은 북한정권의 급변사태에 큰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셋째, 권력세습 문제이다. 3남 김정은에게 권력을 세습하려는 김정일의 노력은 그 성공 여부가 불투명하다. 20대인 김정은은 지도자가 되기에는 너무 어린 나이이고, 3대째 세습으로 ‘김씨 가족 왕조’라는 멍에를 지고 있으며 지도자 수업의 기간도 김정일과는 달리 일천하다. 김정일의 건강문제로 후견기간이 충분하지 않을 경우 김정은으로의 후계구도는 더욱 불안정할 수밖에 없다. 이러한 상황에서 북한 내부의 급변사태 발생 가능성은 상존(常存)한다고 할 수 있다.

北세습은 한반도 정세 주요변수

가까운 장래에 한반도 운명을 결정짓는 가장 중요한 변수는 북한의 급변사태일 수 있다. 7월 초 러시아는 연해주 하산 지구에서 대규모 북한 난민 유입에 대비한 훈련을 실시했다. 난민 유입에 대비한 훈련을 했다는 것은 러시아 또한 북한의 상황이 심상치 않다고 판단했다는 뜻이다. 북한의 급변사태에 대비해 계획을 세운다는 것은 북한의 불안정과 붕괴를 일으키는 정책을 추구한다는 의미가 아니다. 북한의 급변사태는 우리 국민의 재산과 생명, 그리고 한반도의 미래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다. 철두철미하게 준비해야만 급변사태에 성공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 유비(有備)하면 무환(無患)이다.

남궁영 객원논설위원·한국외국어대 글로벌정치연구소장 youngnk@huf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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