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안병만 교육과학기술부 장관과 6·2지방선거에서 당선된 16개 시도교육감의 첫 상견례 자리. 곽노현 서울시교육감은 같은 테이블에 앉아 있던 안 장관에게 ‘특별한 소회’를 털어놨다고 한다. 인구 1200만 서울 교육의 수장(首長)으로 공식 취임한 지 일주일 만이었다.
곽 교육감은 안 장관에게 “교수 출신이라 머릿속에 있는 얘기를 다 하게 되는데 기자들 앞에서도 그렇게 하다 보니 그대로 기사화돼 어려움이 많다”고 토로했다는 후문이다. 교육철학은 다르지만 같은 교수 출신이고, 사적으로는 경기고, 서울대 법대 대선배라 어쩌면 진솔한 고백이었을지도 모른다고 한 참석자는 전했다.
곽 교육감의 토로는 자리에 따라 달라질 수밖에 없는 말(言)의 무게에 관한 새삼스러운 자각이었을 것이다. 그가 교수와 비정부기구(NGO) 활동을 하다 노무현 정부 때는 국가인권위원회 사무총장이라는 차관급 공직도 맡았지만 그때와 지금의 말의 무게는 하늘과 땅 차이다. 그런 깨달음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이후에도 곽 교육감은 자기 말의 무게를 잊은 듯한 행동을 계속 보였다. 여과되지 않은 그의 말들이 충분한 의견 수렴과 토론 절차 없이 곧바로 정책으로 바뀌어 교육현장에 전달됐다.
국가수준 학업성취도평가 시험 전날인 12일 곽 교육감은 서울시교육위원회 임시회에서 “(학생 또는 학부모의) 교육철학과 양심에 따라 시험을 거부한 학생은 ‘기타결석’으로 처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시교육청은 곧바로 교육감의 말을 공문으로 일선 학교에 내려보냈다. 그러나 교과부가 ‘기타결석’이 아닌 ‘무단결석’이라는 입장을 재확인하면서 서울시교육청은 앞서 보낸 내용을 번복하는 공문을 다시 보내야 했다. 시험 당일 학교현장에서 혼란이 있었음은 물론이다.
19일 발표한 서울시교육청의 체벌 전면금지 발표도 마찬가지다. 이날 오전까지만 해도 구체화되지 않았던 체벌 전면금지 조치는 오후 늦게 곽 교육감의 발언 사실이 알려지면서 교육청 실무진 사이에서 움직일 수 없는 방침처럼 굳어졌다. 그러나 학교현장에서는 “손바닥을 한 대 때리거나 반성문을 쓰게 해도 체벌교사라는 말을 들어야 하나요?”라는 일선 교사들의 한숨이 이어졌다. ‘진보교육감’의 지침에 반대 의견을 내면 ‘인권도 모르는 파렴치한’으로 몰리는 분위기까지 감지될 정도다.
곽 교육감은 21일 충북 단양에서 열린 시도교육감 협의회가 끝난 뒤 기자들에게 “(공문) 혼선에 일부 책임이 있다”고 인정했다. 곽 교육감이 말의 무게를 다시 한 번 되새긴 말이었으면 한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