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정치인들은 法위에서 살 특권 있나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7월 20일 03시 00분


서울중앙지검은 지난 6개월 동안 사립학교 재단 이사장 출신인 강성종 민주당 의원의 학교 공금 80억여 원 횡령 혐의를 수사해놓고 뒤처리를 못하고 있다. 혐의 내용을 보면 구속 수사 대상이다. 국회 회기 중에 현역 의원을 체포 또는 구속하려면 국회 동의가 필요하다. 지난 15년 동안 국회에서 의원 체포동의안이 통과된 적이 한 번도 없으니 검찰의 고민을 이해할 만하다.

불법 정치자금 수수 혐의를 받고 있는 한명숙 전 국무총리는 검찰 출석을 거부하고 있다. 한 전 총리가 결백하다면 당당하게 조사를 받고 법정에서 무죄를 인정받으면 될 일이다. 서민은 작은 교통사고만 내도 경찰서에 나가 조사를 받고 진술조서를 작성한다. 정치탄압 운운하며 수사와 사법 절차를 무시하는 한 전 총리는 법보다 상위(上位)에 있는 어떤 특권이라도 갖고 있단 말인가.

8·15 광복절을 앞두고 정부가 특별사면을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이번 특사가 이뤄지면 이명박 정부의 다섯 번째 특사가 된다. 광복절 성탄절 설날 등을 계기로 비리 정치인이나 권력 주변 인사에 대해 특사를 남발하는 것은 대통령의 사면권 남용이며 사법권 침해라는 비판이 끊이지 않는다. 정치인과 대통령 친인척 비리가 사라지지 않는 것도 대통령의 사면권 남용과 무관한 일로 보기 어렵다.

정부의 특사 검토 대상에는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친형 노건평 씨와 노 전 대통령의 민정수석비서관을 지낸 박정규 씨가 포함됐다. 노건평 씨는 세종증권 매각 비리와 관련해 올해 1월 징역 2년 6개월에 추징금 3억 원이 확정됐지만 추징금도 안 내고 있다. 박 씨는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에게서 상품권 1억 원어치를 받아 징역 3년 6개월에 추징금 9400만 원이 확정됐다. 박 전 회장 관련 사건으로 기소된 비리 정치인과 공직자들이 아직도 재판을 받고 있는데 벌써 사면 얘기가 나오니 누가 법을 두려워하겠나.

18대 총선 당시 공천 헌금 32억 원을 받아 징역 1년 6개월이 확정된 서청원 전 친박연대 대표도 특사 검토 대상에 포함돼 있다고 한다. 권력형 비리 당사자나 비리 정치인들을 사면하면 사회통합에 도움이 된다는 논리는 설득력이 없다. 법원이 아무리 중형을 선고해도 대통령 특사 및 복권으로 정치에 복귀하는 일이 많으니 사법부와 법의 권위가 설 수 없다. 대통령의 사면권 남용을 막기 위해 구성한 사면심사위원회가 견제 역할을 제대로 해야 하고, 특사의 조건도 구체화하는 사면법 개정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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