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정부 人事에 대선조직 ‘논란 대상자’ 배제해야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7월 9일 03시 00분


이인규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의 민간인 불법 사찰에 이어 정인철 대통령기획관리비서관의 공기업 및 금융권 부당 개입 의혹이 불거져 시끄럽다. 정 비서관은 2007년 대통령선거 당시 이명박 후보 캠프의 외곽조직이던 선진국민연대에서 활동했다. 정권 창출에 기여한 인사들의 직권남용 또는 월권이라는 점에서 두 사안의 성격이 비슷하다.

정 비서관은 매달 한 번씩 서울시내 특급호텔에서 공기업 최고경영자(CEO), 시중은행장 등과 정례 회동을 가졌다고 한다. 명목상으로는 경제 현안을 논의하기 위한 회동이었다고 하지만 선진국민연대 출신 인사들의 ‘민원 해결’을 위한 의도도 있었다는 말이 나온다. 모임의 성격이 무엇이었든 청와대 내 수석실 간 업무 조정과 조직 관리가 주 임무인 비서관이 업무와 관련 없는 일에 개입한 것 자체가 잘못이다. ‘민원 해결’이 모임의 진짜 목적이었다면 권력형 비리와 연결됐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선진국민연대 출신 인사들이 국민의 눈총을 받은 것은 처음이 아니다. 이상득 한나라당 의원의 보좌관 출신으로 이 단체를 주도했던 박영준 국무총리실 차장은 2년 전 정두언 한나라당 의원과 ‘권력 사유화’ 논란을 빚다 대통령기획조정비서관을 그만뒀다. 박 차장은 포스코 회장 인선에 개입했다는 의혹도 받았다. 청와대 모 행정관은 작년 3월 ‘성 접대’ 물의로 사표를 냈다. 몇몇 인사는 작년 말 KB금융지주 회장 선임을 비롯해 금융권과 공기업 인사에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주장도 나온다.

선진국민연대는 지난 대선 당시 등록회원이 460만 명에 달해 ‘이명박 정권의 노사모’라는 말까지 들었다. 대선 후 이 단체 출신들은 정관계와 공기업 등의 요직에 대거 진출하는 위세를 보였다. 지난해 2월 이 단체 회원들의 청와대 만찬 때 사회자가 “공기업 감사는 너무 많으니 사장급 이상만 소개하겠다”고 말했을 정도다. 끼리끼리 끌어주고 밀어줬을 것임은 보지 않아도 뻔하다. 그 와중에 정권 창출에 기여한 그룹 사이에 알력도 적지 않았을 것이다. 이번 파문 역시 여권 내 파워게임과 관련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권력 주변에서 호가호위(狐假虎威)하며 권한을 남용하거나 부적절한 처신으로 물의를 일으키는 사람은 선거 공신이라도 용납해서는 안 된다. 이 대통령은 곧 있을 청와대와 정부 인사(人事)에서 등잔 밑을 샅샅이 살펴야 한다. 국정 교란의 논란을 초래한 사람들은 깨끗이 솎아내야 뒤탈이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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