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이창원]고용부, ‘도로 노동부’ 되지 않으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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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7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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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부가 고용노동부로 부처의 간판을 바꿨다. 민생현안이자 최대 국정과제인 일자리 정책을 총괄하는 부처로 거듭나겠다는 의지를 담아 고용부가 부처의 약칭이 됐다. 고용부로의 전환은 과거 노동부의 역할과 정책 패러다임의 변화로 보아야 하는데 결국 더 많고 더 좋은 일자리를 창출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는 뜻이다.

구직자에 희망주는 서비스 제공

노동부는 사실상 비정규직과 실업자의 희생을 발판으로 노동시장을 장악한 대기업 노조나 공공부문 노조와 공생관계에 있었다. 즉 노동부는 전체 근로자의 노조 가입률이 10% 정도에 불과한데도 일자리를 이미 확보한 여유 있는(?) 노조원을 대상으로 하는 노사관계부(?)로 존재하면서 민주노총이나 한국노총과의 협상 결과에 일희일비했다. 또 대규모 파업이 일어날수록 위상이 높아지는 역설적인 현상도 발생했다.

노동부가 그렇게 노사관계에 매달렸다고는 하지만 노사관계가 선진화되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별로 없다. 대규모 노조의 불법 행태는 별로 줄지 않았다. 요즘 떠들썩한 타임오프제도 사실상 개정 노조법의 근간인 노조전임자 무급(無給) 원칙을 저버린 것이다. 노조전임자 급여를 기업이 전적으로 부담하는 나라는 한국밖에 없다는 사실을 많은 국민이 모른다.

이러한 상황에서 노동부가 고용부로 전환한 것은 의미가 상당하다. 이제 더는 이미 취업한 근로자 위주의 이슈에만 함몰해 있어서는 안 된다는 사실 때문에 그렇다. 업무의 방점을 일자리 창출과 고용서비스에 두어야 한다. 청년실업이 외환위기 때보다 심각한 상황에서 “취업만 한다면 영혼이라도 팔겠다”는 젊은이에게 희망을 주어야 한다. 앞으로는 고도 경제성장이 어렵고, 설사 성장이 이루어져도 고용효과가 낮아 일자리 부족은 상당 기간 지속된다는 것이 많은 전문가의 일치된 견해이다. 이렇기 때문에 고용부에 거는 기대는 절실할 수밖에 없다.

여기서 고용부가 꼭 명심해야 할 점이 있다. 고용부는 정부 전체 일자리 정책의 전권 행사를 기대해서는 안 된다. 하지만 일자리 창출과 고용서비스의 성과가 좋지 않으면 책임은 당연히 고용부로 돌아온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따라서 고용부는 기획재정부 교육과학기술부 행정안전부 지식경제부 보건복지부가 직간접으로 수행하는 여러 고용정책을 정부 전체 차원에서 유기적으로 조정하고 연계시켜야 한다.

정책 총괄조정을 기반으로 정부 전체 차원의 일자리사업 효율화 방안을 심도 있게 만들어야 하고 취업 취약 계층에 대한 지원 강화와 여러 부처가 수행하는 직업능력 개발 사업을 국가 인력수급 전망과 연계하고 일원화하는 방안도 개발해야 한다. 결국 고용부 출범으로 구직자는 원하는 일자리를 찾고 기업은 원하는 인력을 공급받으며 정부는 국가 전체의 인력자원을 효율적으로 배분하여 경쟁력을 제고해야 한다.

일자리 선순환구조 만들어야

미국이나 일본과는 다르게 국내 노동현장에는 아직도 먹을 게 많다고 한다. 타임오프제 하나로 고용부 출범이라는 빛이 가려지는 모습을 보면 우리 노동현장은 정치투쟁으로 먹고사는 사람이 아직도 많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이념투쟁이 판을 치고 불법파업이 횡행하는 상황에서 타임오프제와 복수노조 문제만 있어도 노무법인과 노동 관련 교수들이 호황을 누린다는 예측이 많은 현실을 보면 고용부의 어깨는 무거워질 수밖에 없다. 고용부가 다시 노동부로 바뀌지 않도록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정권이 바뀌어도, 시대가 변해도 고용부의 역할과 위상이 다시는 흔들리지 않도록 만들기를 바란다.

이창원 한성대 행정학과 교수· 한국선진화포럼 기획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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