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권순활]김문수 지사, 이재명 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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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6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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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문수 경기지사는 지방선거 예비후보로 등록한 다음 날부터 선거 이틀 전까지 24일 동안 ‘외박’을 했다. 농촌 마을회관, 아동 및 노인복지시설, 공장 근로자 기숙사를 찾아 지지를 호소한 뒤 그곳에서 눈을 붙였다. 1기 도지사 시절에는 1년 동안 주말마다 직접 택시운전을 하면서 도민들을 만났다. 현장체험과 자기관리는 그가 1996년 이후 세 번의 국회의원 선거와 두 번의 도지사 선거에서 ‘5전 5승’을 거두는 자산이 됐다.

▷김 지사는 국가정체성 등 대한민국의 핵심 가치를 둘러싼 공방에서는 물러서지 않았다. 북한의 독재와 인권 유린에 입도 벙긋하지 못하는 집단을 ‘친북(親北) 반정부 세력’이라고 비판했다. TV 토론을 앞두고 일부 참모가 “천안함 문제를 제기하면 손해 볼 수도 있으니 적당하게 넘어가자”고 건의하자 “설령 선거에서 지더라도 이 문제는 말해야겠다”며 거부했다. 4대강 사업 반대자들에게 “주민들은 찬성하는데 물하고 아무 상관도 없는 사람들이 강에 가서 데모한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명문학교 없애라면서 자기 자식들은 외국어고 보내고 유학 보내는 위선적 행태에 대한 날선 비판도 했다.

▷민주당 출신인 이재명 경기 성남시장 당선자는 호화 청사 논란을 빚은 시청 신청사를 민간에 매각하겠다고 밝혔다. 3222억 원의 사업비가 투입된 신청사를 약 7000억 원에 팔아 2000억 원으로 시 외곽에 새 청사를 세우고 나머지는 의료와 교육, 복지에 쓰겠다는 구상이다. 공공건물을 민간에 매각하는 것이 쉽지 않겠지만 나랏돈을 추가로 축내지 않고 재원을 마련해 복지예산을 늘린다면 평가받을 일이다. 성남시민의 인기를 얻으려는 정책이라고 하더라도 ‘악성 포퓰리즘’이 아니라 ‘양성 포퓰리즘’이다.

▷김 지사와 이 당선자는 정치권에도 의미 있는 메시지를 던져준다. 한나라당은 국가정체성과 경제발전에 대한 신념 위에 사회적 약자를 배려하는 ‘따뜻한 우파 정당’으로 변신해야 한다. 민주당은 국가재정에 부담을 주지 않으면서 복지를 늘리는 정책으로 차별화를 시도할 필요가 있다. ‘웰빙 정당’과 보신(保身)주의를 탈피한 우파, 그리고 악성 포퓰리즘과 손 끊은 좌파 간의 경쟁이라면 나라를 위해 얼마든지 권장할 만하다.

권순활 논설위원 shkw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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