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지방선거 결과 야당이 압승했다. 집권당에 대한 견제 심리와 더불어 야당이 공동지방정부를 내걸고 단일화를 성사시킨 것이 주효했다. 선거에서 야권 단일후보가 당선된 지역은 인천 강원 경남 등 광역자치단체 3곳과 기초자치단체 28곳 등 모두 31곳에 이른다. 우리나라 초유의 공동지방정부가 탄생하는 모습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이면서 향후 우려되는 문제점을 짚어보고 이에 대한 해결방안을 모색하는 일이 필요한 시점이다.
공동정부에 대해 가장 우려되는 점은 팀워크 문제이다. 이념과 정책의 주안점이 상이한 집단에 소속된 사람이 모여 위원회를 구성하고 지방정부의 주요 정책을 논의한다고 할 때 도처에서 갖가지 혼선이 빚어지리라는 것은 불을 보듯 자명하다. 막대한 재원 낭비도 초래할 가능성이 높다. 사업 우선순위를 놓고 벌어지는 대립으로 한정된 재원의 효율적 집행이 어려워지며 특정 부분에 편중된 예산 집행은 균형 잡힌 재정 운영에 큰 걸림돌이 될 수 있다.
중앙정부든 지방정부든 정부 관리가 갖고 있지 않은 전문적 지식이나 경험을 보완하여 올바른 정책 결정에 도움이 되는 것이 위원회의 주된 기능이라 할 수 있다. 공동정부 운영의 일환으로 위원회에 지분 나눠 먹기식의 비전문가 집단이 참여한다면 위원회의 순기능은 기대할 수 없게 된다.
과거 필자의 경험에 비추어 보면 위원회는 다양한 이해관계 집단의 지분을 인정하여 해당 집단을 대표하는 위원이 포함되어 있었다. 아마 지금도 크게 달라진 게 없다고 생각한다. 이 자체는 아무 문제가 되지 않는다. 정작 큰 문제는 이들 가운데 전문성이 전혀 없어서 위원회 활동에서 방관자로 침묵만 지키든지, 안건과 전혀 관계없이 소속 집단의 이해관계에 대한 발언으로 회의 분위기 자체를 망가뜨리는 경우가 드물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우려를 해소할 수 있는 방안을 제시해 보면 다음과 같다. 우선 자치단체장을 포함하여 공동정부의 일원으로 참여하는 모든 구성원의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 지방정부는 나라와 동떨어진 조직이나 집단이 아니다. 지방정부의 주민은 또한 대한민국의 국민이기도 하다. 안보나 경제성장, 경제안정을 위해서는 소속 정당과 이념이 다르더라도 중앙정부와 일사불란하게 협조하고 모자란 부분을 보완할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 이것이 지역 주민과 이들의 미래를 위하는 길이다.
위원회에 단체장의 이념이나 정책에 비판적인 전문가도 포용하여 각계각층 전문가 집단의 실질적 도움을 받을 수 있어야 한다. 또한 자치단체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갈등을 조정할 수 있는 기능이 무엇보다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공동정부 체제하에서는 상이한 집단의 이해관계가 어느 때보다도 더 첨예하게 대립될 가능성이 높다. 이런 갈등은 비단 자치단체 내부의 사안에만 국한될 것 같지 않다. 인접 자치단체 간, 광역자치단체와 기초자치단체 간, 자치단체와 중앙정부 간 등 다양한 정부 간에 갈등이 끊임없이 발생할 수 있다.
갈등의 조정은 자치단체장 혼자 힘으로는 불가능하다. 따라서 자치단체마다 갈등(분쟁)조정위원회를 설치하고 상시적으로 운영하는 동시에 자치단체 간에도 이런 기능을 실질적으로 수행하고, 해결할 수 있는 협의체를 운영할 필요가 있다. 서로 다른 생각을 갖는 한 개인 간이나 단체 간이나 갈등은 불가피하다. 갈등을 슬기롭게 해결하는 것이 공동정부가 풀어야 할 매우 중요한 과제이다. 지방 공동정부가 실험 수준에 그치지 말고 지역과 주민을 위한 실천적 성과를 내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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