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장태평]꿀벌 없으면 꿀만 못먹는 게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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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6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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꿀벌은 지구상에 존재하는 많은 곤충 중에 인간과 가장 가까운 곤충이다. 벌꿀에 대한 최초의 기록은 기원전 7000년경으로 스페인 동굴 벽화에 나타난다. 고대 이집트(기원전 3200년) 문자에서는 꿀벌의 모양이 왕권을 의미하여 피라미드에 꿀단지를 함께 넣었다고 한다. 한반도에서는 고구려시대부터 꿀벌을 사육했다고 알려졌다. 양봉산업이 실질적으로 도입된 시기는 1902년으로 알려졌다.

지구상에 존재하는 많은 식물이 화분매개를 이용하여 수정을 한다. 특히 사과 배 딸기 자두 수박 참외 고추 유채 등의 농작물은 곤충이 화분매개를 해야만 한다. 꿀벌은 화분매개용 곤충 가운데서 약 80%를 차지해 상당한 가치와 중요성을 갖는 생명자원이다. 꿀을 생산하는 데 그치지 않고 생태계에서 보이지 않는 역할을 한다.

최근 꿀벌 개체수가 이상할 정도로 급감하는 사태가 벌어지고 있다. 몇 년 전 미국 플로리다 양봉농장에서 꿀벌이 사라지는 등 전체 꿀벌의 4분의 1이 이유 없는 떼죽음을 당했는데 이를 봉군붕괴현상(CCD·Colony Collapse Disorder)이라고 한다. 원인은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지만 이상기온, 농약의 과다 사용, 전자파 등 환경적 요인에 의한 현상이라 추정한다.

다행히 국내에서는 봉군붕괴현상이라고 단정 지을 만한 사례는 아직 보고 되지 않았지만 생태계에서의 꿀벌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되새겨야 한다. 꿀벌이 사라진다는 말은 단순히 꿀을 먹을 수 있고 없고의 문제가 아니다. 화분매개로 이루어지는 생태계의 순환 고리가 붕괴되고 2차적으로 식량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국내 꿀벌 사육농가는 약 4만 가구로 200만 봉군을 사육하여 약 4000억 원의 소득을 올린다. 농작물의 꽃가루 수분에 활용되는 봉군 수만도 매년 30만 통에 이르러 국내 농업의 중요한 부분을 담당한다. 그러나 올해는 이상기온 현상으로 일벌이 외부 활동을 나갔다가 벌통으로 돌아오지 못한다는 농업인의 하소연이 우리의 마음을 아프게 한다. “꿀벌이 지구상에서 사라지면 인류도 사라진다”는 아인슈타인의 경고를 되새겨야 할 때다.

17일부터 19일까지 농림수산식품부 주최로 서울 서초구 양재동 aT센터에서 열리는 ‘생명산업 D.N.A#展(Design Nature & Agriculture)’에서는 많은 꿀벌을 전시한다. 생명산업의 중요한 소재이면서 생태계의 작지만 큰 거인인 꿀벌을 다른 시각에서 볼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한다. 꿀벌 살리기 운동에 국민의 참여가 절실히 요구된다.

장태평 농림수산식품부 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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