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민족살인 해놓고 적반하장’ 北선동에 南은 뭐하나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5월 31일 03시 00분


북한이 천안함 조사결과를 부정하고 우리의 제재조치에 맞서는 선전선동에 연일 열을 올리고 있다. 북은 어제 평양에서 ‘10만 군중대회’를 열었다. 이 대회에서 노동당 평양시당 최영림 책임비서는 “괴뢰패당이 외세와 공조해 응징과 보복의 사소한 움직임이라도 보인다면 한계 없는 보복 타격, 강력한 물리적 타격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협박했다. 북한의 대남(對南)기구인 조국평화통일위원회도 어제 “사소한 도발이 전면전쟁으로 번질 수 있다”고 위협했다. 천안함 폭침에 대한 한국과 국제사회의 대응이 심상치 않자 전쟁 분위기를 띄워 내부결속을 꾀하고 위기를 모면하려는 것이다.

또 북한은 남한의 종교사회단체에 천안함 조사결과가 날조됐다고 주장하는 문건을 보낸 데 이어 국방위원회와 조국통일민주주의전선(조국전선)을 동원해 선전 공세를 폈다. 국방위 박임수 정책국장은 28일 평양 주재 해외언론과의 기자회견에서 천안함을 폭침시킨 어뢰의 추진체에 적힌 ‘1번’에 대해 “1번 표기는 체육선수에게만 쓴다”고 주장했다. 그는 “조사단에 참여한 미국은 우리와 아직도 전쟁 중인 국가이며 영국과 호주는 한국전쟁에 참전했던 나라들이라 믿을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탈북자들은 ‘1번’ 표기에 대해 북한에서 흔히 쓰고 있다고 증언한다. 천안함 폭침 원인을 국제사회가 인정한 것은 한국전 참전 여부와 전혀 관계없는 일이다. 조사결과를 인정한 스웨덴은 6·25전쟁에 참가하지도 않았다. 6·2지방선거를 앞두고 남한 내부의 분열과 갈등을 부채질하는 한편 국제합동조사단의 조사결과를 부정하기 위한 술수에 불과하다.

북한의 조국전선이 29일 발표한 ‘남조선 인민들에게 보내는 공개편지’는 “지방선거는 평화냐 전쟁이냐 하는 심각한 정치적 대결”이라며 “이명박 역적패당을 단호히 심판해야 한다”고 선동했다. ‘민족 살인’을 해놓고 우리 선거에 개입하려는 태도가 가증스럽다. 이런 편지가 야당의 득표에 도움이 되지도 않을 것이다.

북한은 선전 공세를 펴면서 대한민국 국가원수와 정부를 ‘역도’ ‘역적패당’ ‘괴뢰’라는 원색적인 표현으로 비난했다. 정부는 북한의 공갈협박에 일일이 대응하지 않는 것이 의연한 자세라고 주장하지만 북의 선전논리를 제때 반박하지 않으면 우리의 과학적 조사결과가 빛을 잃을 수 있다. 청와대와 군(軍)도 북한의 전쟁 위협에 제재나 응징의 수위를 낮추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 단호한 자세로 맞서야 북을 굴복시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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