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박상우의 그림 읽기]유행따라 사는 일

  • Array
  • 입력 2010년 3월 13일 03시 00분


코멘트
Life(사유의 시간), 이남숙, 그림 제공 포털아트
Life(사유의 시간), 이남숙, 그림 제공 포털아트
거리에 나가 보면 귀에 MP3 플레이어 이어폰을 꽂고 활동하는 사람이 참 많습니다. 사람이 많이 오가는 길이나 좌석버스, 전동차 안에서 이어폰을 꽂고 앉아 있는 사람들을 보노라면 무엇을 듣고 있는지 궁금해질 때가 있습니다. 주변 사람에게 물어 보니 영어나 학습교재를 듣는 사람도 더러 있지만 대부분은 자신이 좋아하는 유행음악을 듣는다고 했습니다. 세상과 단절하듯 이어폰을 꽂고 자기만의 세계로 빠져든 사람들이 유행 음악을 듣는다는 게 참 아이러니하게 여겨졌습니다.

MP3보다 더 자주 눈에 띄는 건 사람들의 손에 들린 휴대전화입니다. 통화나 문자, TV 시청이나 게임 등을 하느라 저마다 손이 바쁘게 움직입니다. 그들이 손에 든 휴대전화도 유행과 개성을 반영합니다. 휴대전화가 진화할 때마다 유행의 물결이 바뀌고 그것을 따라가느라 사람들은 기기 변경을 하거나 통신사를 바꾸는 경우가 많습니다. 사람이 휴대전화를 선택하는 게 아니라 휴대전화가 사람을 선택하는 것 같은 기현상이 아닐 수 없습니다.

유행의 물결은 MP3나 휴대전화에서 끝나지 않습니다. 사람들이 착용한 의상, 액세서리, 헤어스타일에도 당대의 유행은 반영됩니다. 음식과 음료, 주거공간의 패턴도 유행에 따라 많은 영향을 받습니다. 드라마, 예능 프로그램도 유행을 낳고 또 그것을 반영합니다. 어느 날 유행의 요소가 모조리 소멸된다면 세상의 흐름이 갑자기 정지할지도 모른다는 아뜩한 생각이 들 때도 있습니다.

유행을 만들고 유행을 따라가는 사람들에 의해 세상은 흐름을 형성합니다. 그것은 파급력이 강하고 눈에 띄게 두드러지는 경향이 있어 유행을 좇지 못하는 사람은 스스로 소외감을 느끼거나 본의 아니게 소외의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평생 유행을 좇으며 살아가는 건 불가능합니다. 유행은 무한 번식력을 지니고 있고 무한 흡인력을 지니고 있어 오래잖아 인간의 내면을 공동으로 만들고 황폐한 껍질만 남게 합니다. 유행을 추종한 그만큼 자신의 본성과 개성을 상실하게 만들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살아가는 인생은 유행이 아닙니다. 그것은 본질을 중시하고 경험하는 과정입니다. 그래서 화려하지 않고 폼 나지 않아도 본질을 중시하고 그것을 추구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유행은 일시적 흐름이지만 그것이 자신의 것이 될 수는 없습니다. 본질이란 세월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진정한 가치를 의미하는 것이니 인생이야말로 그것에서 시작해서 그것으로 돌아가는 과정이 아닐 수 없습니다.

세상에는 유행을 타지 않고 오래가는 흐름이 많습니다. 몇 대를 물려가며 전통문화의 가업을 이어가는 사람들, 고통 받는 사람을 찾아다니며 음지에서 일하는 봉사자들, 자신이 가진 것을 남과 나누려고 끝없이 노력하고 고뇌하는 사람들은 유행과 무관한 흐름으로 묵묵히 세상을 비옥하게 만듭니다. 사람들의 눈에 띄지 않는 곳, 앞이 아니라 뒤, 위가 아니라 밑에서 세상의 거름이 되는 사람들이 있어 세상은 풍요로워집니다. 산과 강, 바다와 하늘, 구름과 바람 같은 것들로부터 더 오래가는 삶의 자세를 배워야겠습니다.

박상우 작가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