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은 글로벌 경제위기 이후 경기부양에 나서 성장을 회복시켰지만 과잉투자, 부동산값 폭등과 증시 과열의 후유증을 떠안게 됐다. 부동산의 경우 작년 12월 이후 5차례의 대책이 안 먹혔다. 그런가 하면 실업률은 4.3%로 10년래 최고치다. 농촌에서 도시로 이주한 노동자인 농민공까지 감안한 실제 실업률은 9∼10%라고 한다. 경기 과열과 고실업의 딜레마다.
지난 주말 중국이 전국인민대표대회에서 올해 성장 목표로 내건 8%는 ‘거품’을 더 키우지 않고 실업률도 더 높이지 않는 타협점으로 보인다. 거품을 줄이자니 경기회복세가 다시 꺾이는 더블딥과 고실업에 따른 사회불안이 우려되고, 성장 위주로 가자니 물가와 부동산값이 폭발할까 걱정되는 상황이다. 중국 정부가 줄타기를 하는 셈이다.
중국의 8% 성장 발표에 많은 나라들이 안도했다. 더 낮은 수치라면 각국이 대중(對中) 수출 감소를 각오해야 한다. 이미 소비대국인 중국은 올해 5∼10월 상하이 엑스포 때쯤 일본을 제치고 세계 2위 경제대국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대도시 외에 중소도시의 신흥시장이 폭발적으로 커지고 있고 고속철이 잇따라 개통되면서 초광역경제권이 형성되고 있다. 요즘은 세계의 수출업자가 중국 소비자를 쳐다본다. ‘큰손’ 중국이 각국의 경기를 좌우할 정도다.
하지만 이번에도 공짜는 없다. 중국이 경기부양 정책에서 적절히 발을 빼지 못하고 끌려가는 데 따른 부작용을 누군가는 치유해야 한다. 예를 들어 중국 정부가 수출업체를 지원하기 위해 공급한 돈을 수출 민영기업 대신에 확보한 국유기업들이 중복투자를 하거나 빌딩 또는 경쟁기업을 사들이는 데 쓴 사례가 여럿 공개됐다. 지방정부가 숱하게 짓는 대형빌딩의 대부분은 빚으로 공사를 벌인다. 이들의 투자 실패에 중국의 은행 정부 국민이 책임을 지겠지만 미국발(發) 금융위기 때처럼 중국과 거래하는 세계가 덤터기를 쓸 수도 있다.
케네스 로고프 미국 하버드대 교수는 지난달 말 일본에서 가진 강연에서 “중국의 금융위기 대응은 부채에 의존한 거품 경제의 리스크를 확실히 키워놓았다”고 우려했다. 그는 카르멘 레인하트 메릴랜드대 교수와 함께 쓴 ‘이번은 다르다(This time is different)’라는 책에서 “66개국의 사례를 분석해보니 위기 신호가 와도 ‘이번엔 다르다’면서 손을 놓고 있다가 외환 금융 등의 위기를 맞았다”고 지적했다. 로고프 교수는 “저축률이 높고 인적자원이 풍부하다는 이유로 ‘중국은 다르다’라고 말들 하지만 위기에 빠졌던 나라가 모두들 그런 식이었다”고 일침을 놓았다.
사실 중국 거품의 붕괴 시나리오는 수년간 이어졌지만 실제 터지지는 않았다. 영국 BBC 방송의 중국 특파원 출신인 덩컨 휴잇이 ‘선부론(先富論)’이란 책에서 지적했듯이 중국의 위험도, 중국의 문제해결 능력도 과소평가해서는 안 될 것이다. 다만 ‘중국은 다르다’를 과신하지는 말아야 한다.
우리나라는 중국 변수의 영향을 특히 크게 받는다. 작년 무역의 중국 의존도는 21%로 가장 높았다. 국내기업이 세 번째로 많이 투자한 나라가 중국이다. 올해는 중국 경제 당국자의 입을 더 열심히 쳐다봐야 할 판이다. 그런데 대외경제정책의 실력자인 저우샤오촨(周小川) 중국 런민은행장이 지난 1년간 국내 언론에 보도된 횟수를 한국언론재단 데이터베이스에서 검색한 결과 405건으로 벤 버냉키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의 14%에 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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