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민주당, 비참한 북 주민보다 김정일 더 걱정되나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2월 13일 03시 00분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에서 그제 북한 인권법안이 통과되는 현장에 민주당은 없었다. 민주당 의원들은 남북관계의 특수성이 법안에 반영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모두 퇴장해버렸다. 북한 인권법안은 2005년 17대 국회 때도 발의됐지만 민주당의 전신인 열린우리당의 반대로 폐기됐다. 민주당은 북한 인권에 관해 “눈을 감았다”는 말을 들어도 할 말이 없게 됐다.

민주당은 북한 인권법안이 실효성이 없다고 주장하지만 집권 10년 동안 북한 인권 개선을 위해 무엇을 해놓았는가. 민주당은 집권 시기에 북한 인권 문제에 대해서는 입도 벙긋 하지 않았다. 유엔의 대북(對北) 인권결의안 표결 때도 기권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비롯한 북한 집권세력과 축배를 들고 환담을 나눌 때 북한 주민은 굶주림에 죽어갔고 정치범 수용소에서는 15만여 명이 쇠똥에 박힌 강냉이를 빼먹으며 고통받았다.

북한 인권법안은 북한인권재단을 설립하고 북한인권 관련 민간단체의 활동을 지원토록 하기 위한 것이다. 북한의 철저한 폐쇄성을 고려할 때 민간단체들의 북한 인권 개선 노력에 한계가 있다는 걸 모르는 사람은 없다. 그러나 북한은 국제인권단체 프리덤 하우스가 ‘최악 중 최악의 인권탄압 국가’로 분류한 나라다. 우리 정부나 국민이 더는 외면할 수 없을 정도로 북한 인권 문제가 심각하고 절박하다.

일본 아사히신문이 11일 보도한 중국에서의 탈북 여성 인신매매 실상은 충격적이다. 이 보도에 따르면 북-중 국경지대에서는 북한 국경경비대원들과 조직적으로 결탁해 탈북 여성들을 100만 원 정도에 거래하는 인신매매가 성행하고 있다. 팔려간 탈북여성들은 중국인들과 강제 결혼해 노예처럼 살거나 성매매를 강요당하고 있다. 북한 여성들은 이런 위험을 무릅쓰고 탈북을 결행한다. 중국에서의 노예 같은 생활보다 북한에서 사는 것이 더 비참하기 때문일 것이다.

민주당은 7일 발표한 ‘뉴 민주당 플랜’ 정책보고서에서 ‘북한의 인권 상황이 개탄스러운 것이 사실이며 조속한 개선이 요구된다’고 밝혔다. 그런데도 민주당이 아무런 대안도 제시하지 않고 북한 인권법안 표결에 기권한 것은 대단히 실망스럽다. 민주당은 통일이 된 뒤 북한 주민들이 ‘우리가 고통받고 있을 때 당신들은 뭘 했느냐’고 물을 때 어떤 답변을 할 수 있을지 자문(自問)해 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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