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구자룡]경제대국 걸맞지 않은 中당국의 가벼운 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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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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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경제가 미국 경제의 영향을 크게 받는 것을 두고 ‘뉴욕에서 나비가 날갯짓을 하면 태평양 너머에서는 태풍이 온다’는 말이 있다. 하지만 20일에는 나비가 중국으로 날아온 듯했다. 중국이 시장 유동성을 흡수하기 위해 긴축 조치를 내놓을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면서 뉴욕 증권거래소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가 122포인트(하락폭 1.14%) 빠져 최근 한 달 중 하락폭이 가장 컸다. 영국 프랑스 독일의 주식시장도 일제히 하락했다.

이 같은 하락은 중국이 경기 과열에 대응하기 위해 최근 시중은행의 지급준비율을 올린 데 이어 기준금리를 올리거나 대출을 강화할 것이라는 보도가 큰 영향을 미쳤다고 외신들은 분석했다. 21일 발표된 2009년 중국 경제실적 발표에서도 경제성장률이 8.7%로 높아 경기회복에 따른 통화팽창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중국 유력 경제지 중국정취안(中國證券)보의 ‘시중은행들의 신규 대출 중단’ 보도에 중국 은행감독위원회의 고위 관리는 즉각 부인했다. 기준금리 인상도 홍콩 언론의 보도일 뿐이다.

과거에도 중국 경제 당국자의 경기 부양이나 긴축 필요성 발언에 세계가 주목하긴 했지만 이번처럼 ‘보도와 정황’만으로 시장이 즉각 반응한 것은 이례적이다. 앞으로는 더욱 잦아질 가능성이 많다. 글로벌 경제위기 극복 과정에서 높은 성장률로 세계 2, 3위의 경제대국으로 성장한 중국의 시장 영향력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중국의 자동차 시장이 ‘자동차 생산의 종주국’인 미국을 앞지른 것이 대표적인 예다.

‘중국 나비의 날갯짓’이 미치는 파급력이 커지면서 그에 따른 책임감도 높아져야 할 때라는 생각이다. 정책에는 투명성을 더 강화해야 하고, 당국자의 말에는 더욱 신뢰가 실려야 하며, 언론 환경도 더 개선해야 할 것이다. 불확실한 루머가 판을 치면 중국은 물론 세계 경제까지 출렁거리게 되어 있으니 말이다.

20년 가까이 재직해온 앨런 그린스펀 전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을 둘러싸고 미국발 금융위기를 잉태했다는 둥 공과 논란이 있지만 새삼 그의 ‘입’이 떠오른다. 금융정책 책임자이면서도 실물경제의 미세한 흐름에도 밝았던 그린스펀 전 의장은 미국 경제가 긴축과 부양의 미묘한 시기를 만날 때마다 때로 명시적으로 때로 선문답처럼 방향을 제시했다. 그의 식견과 일관성은 상당 기간 미국이나 세계 경제 안정에 기여했다는 평가다. 중국의 보다 투명한 경제정책과 ‘중국판 그린스펀의 입’을 기대해 본다.

구자룡 베이징 특파원 bon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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