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국방개혁과 軍의 소외감

  • 동아일보

이명박 정부가 국방개혁의 속도를 높이면서 군(軍)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 군은 조직 및 부대개편과 예산운영, 무기현대화 사업에 대한 개혁의 필요성을 인정하면서도 외부 주도의 개혁 작업에는 상당한 거부감을 나타낸다. 경제관료 출신인 장수만 국방부 차관에 더해 최근 국방선진화추진위원장과 국방개혁실장에 교수 출신이 발탁된 데 대해 군 일각에선 소외감을 토로하고 있다. 군에 맡겨둬서는 개혁이 어렵다는 청와대의 문제의식에도 일리가 있지만 군 특수성에 대한 배려가 부족한 것 아니냐는 아쉬움도 있다. 현재 국방부에는 장차관을 포함해 국실장급 이상 직책에 현역 장성은 거의 없다. 문민화(文民化)로 가는 과도기라고 할 수 있다. 국방장관에 순수 민간인 출신이 임명될 날도 멀지 않았다는 관측이 나온다. 김태영 장관은 지난주 언론사 국방 담당 논설위원들과의 간담회에서 “문민 장관의 임명은 언제든 가능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해서 군을 소외한 채 개혁을 추진해도 좋다는 뜻은 아닐 것이다.

국방선진화추진위는 이상우 전 한림대 총장을 위원장으로 대부분 민간 전문가들로 꾸려졌다. 그러나 국방장관 자문기구로 출범시킨 것은 군의 의견을 존중하겠다는 뜻으로 받아들여도 좋을 것 같다. 교수들을 개혁의 중심세력으로 내세운 듯한 느낌을 주기도 하지만 그들의 전문적 견해는 충분히 참고할 필요가 있다. 군 스스로 보지 못하는 것이 외부 인사들 눈에는 보일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군대 생활을 통해 습득한 경험과 군조직의 특성 및 사기(士氣)를 외면한다면 실효성 없는 개혁이 될 수도 있음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군의 소외감은 1990년대 이후 김영삼 김대중 노무현 정부를 거치면서 누적된 측면이 있다. 군인 출신이 대통령을 할 때는 군의 영향력이 사회 전반에 미쳐 국민의 반감을 샀지만 문민정부 이후로는 군과 군출신에 대한 예우와 사기를 걱정해야 할 정도가 됐다.

올해는 정부가 서울공항 활주로의 각도를 틀면서 잠실에 112층짜리 제2롯데월드 건물의 신축을 허용해 군에 무력감을 안겨주었다. 안보의 중요성보다 정치 논리와 경제 논리를 앞세운 정책이라는 비판이 군 내부에서 나왔다. 예비역 장성들도 청와대에 군의 목소리를 제대로 전할 채널이 없다고 아쉬워하고 있다.

군이 국방에만 전념할 수 있는 안정된 분위기를 만들어 주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개혁도 좋지만 군을 소외한다면 안보에 균열이 생길 수도 있음을 유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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