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원자력연구원과 대우건설 컨소시엄이 요르단 연구용 원자로 건설사업의 최우선 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이르면 내년 3월 원자로 건설 계약을 하고 2014년까지 원자로를 건설하게 된다. 한국은 1959년 미국 차관으로 도입한 연구용 원자로로 원자력 연구개발을 시작한 지 50년 만에 처음으로 원자력 수출시대를 열었다.
요르단 공과대학에 건설되는 연구용 원자로는 방사성 동위원소를 생산하고 중성자 과학을 연구하는 5메가와트(MW)급이다. 5년 동안 약 700명의 우리나라 고급인력이 참여하는 약 2000억 원짜리 공사다. 원자로 수주를 계기로 우리나라는 연구용 원자로 설계 및 건설 기술을 인정받아 세계 원자로 건설 시장에 진출할 수 있는 길이 열린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앞으로 15년간 전 세계에서 약 50기의 원자로가 발주되는 10조 원 규모의 신규시장 참여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
원자로 수출국으로 자리 잡기 위해선 기술 개발을 통해 국산화율을 높여야 한다. 원자로 핵심 기술의 하나인 핵연료의 제조 기술을 확보하지 못해 외국 회사로부터 핵연료를 사다가 공급하기로 했다. 핵연료 제조기술을 국산화하고 약 150억 원이 소요되는 제조 설비를 갖추는 일이 급선무다. 다양한 용도의 원자로를 개발해 놓아야 수주 경쟁에서 유리하다.
연구용 원자로 수주로 얻은 성가는 규모가 10배 이상인 원자력발전소(원전) 시장 진출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핵분열 시 발생하는 열과 중성자 가운데 연구용 원자로는 중성자를 이용해 과학 의료용으로 사용하고, 원전은 열을 이용해 전력을 생산한다.
원자력은 온실가스 배출량이 태양광이나 풍력보다 적은 저탄소 에너지일 뿐 아니라 고(高)유가 시대에 경제성이 뛰어나 녹색성장 시대의 청정 에너지원으로 각광받고 있다. 우리나라는 한국형 표준형 원전 기술의 자립화를 통해 20기의 원전에서 전체 전력의 36%를 공급하고 있다. 현재 건설 중인 8기의 원전 외에 10∼12기를 추가로 건설해 2030년까지 원전 비중을 59%까지 높일 계획이다.
해외에서도 옛 소련 체르노빌과 미국 스리마일 섬 원전 사고 이후 원전 건설이 뜸했으나 안전기술이 획기적으로 발전하면서 다시 활기를 되찾고 있다. 주요 선진국들이 원전 건설을 다시 늘릴 계획이고 아랍에미리트는 400억 달러에 이르는 세계 최대 규모의 원전 건설사업을 추진해 우리나라와 프랑스 일본이 수주 경쟁을 벌이고 있다. 한국 최초의 원전 수출이 확정되는 낭보를 기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