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고교 2년생이 치르는 2011학년도 대학입시에서 입학사정관 전형이 더 확대된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가 어제 발표한 2011학년 대입요강에 따르면 118개 대학에서 3만7628명을 선발해 신입생 열 명 중 한 명꼴이다. 이기수 대교협 입학전형위원장은 어제 “학교교육을 통해 자기주도적 학습능력을 갖춘 학생들을 뽑는 게 입학사정관 제도의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사교육과 고액 컨설팅은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뜻이다. 하지만 수험생들은 새 제도에 어떻게 대비해야 할지 걱정이 많다.
점수 1, 2점으로 합격 불합격을 가르는 성적 위주의 획일적 선발 대신에 학력과 과외활동 등 다양한 요소를 놓고 학생의 소질과 잠재력을 평가해 선발한다는 입학사정관 제도의 기본 방향은 옳다고 본다. 그러나 2009학년도의 경우 대학당 평균 5.75명에 불과한 입학사정관들은 한 사람당 많게는 661명까지 심사했다. 그러니 그 많은 응시생을 놓고 입학사정관들이 짧은 시간 내에 공정하고 투명하게 평가할 수 있을지 수험생과 학부모들이 불안해한다.
6월 방한했던 미국 스탠퍼드대의 미셸 하시모토 입학처 부처장은 “사전에 응시생에게 대학이 중시하는 평가 요소와 기준을 확실히 전달하는 게 입학사정관제의 투명성을 확보하는 길”이라고 조언했다. 우리 대학들도 막연히 ‘글로벌 리더’ 부문에 ‘학교생활기록부, 자기추천서, 증빙서류’ 등을 요구할 게 아니라 좀 더 구체적으로 명시해 혼돈과 뒷말을 줄여야 한다. 예를 들어 ‘내신 몇 등급 이상’이라고 밝혀놓아야 학생들이 성적 1, 2점 올리는 데 매달릴 시간에 다른 활동을 할 수 있다. 학생들의 수학(修學)능력을 중시하면서도 ‘성적은 중요하지 않다’는 식으로 홍보하는 것도 수험생을 속이는 일이다. 서강대처럼 ‘해외봉사활동은 인정하지 않는다’고 알려줘야 큰돈 들여 해외봉사활동을 가는 부담을 덜어줄 수 있다.
대교협 측이 ‘고교들 가운데 최초로 방과후 학교를 시행한 서울고처럼 리더십 있는 교장 밑에서 실력 있는 교사가 열심히 가르치는 학교의 학생을 많이 뽑는 쪽으로 가겠다’고 밝힌 방향도 바람직하다. 그러나 학교선택제 대상이 아닌 현재 고2 학생들에게 학교와 교장, 교사에 대한 평가를 가산하는 것은 학생 쪽에선 억울하다. 정부는 사교육비를 줄이려는 정치적 목적으로 입학사정관제 확대를 급하게 밀어붙일 일이 아니라, 대학에 학생선발권을 완전히 넘겨주고 그에 따른 공적 책임을 지게 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