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투자 뒷받침 없이는 무역흑자 大國오래 못 간다

  • 동아일보
  • 입력 2009년 10월 22일 03시 00분


올 상반기 우리나라의 상품(商品)수지 흑자액이 266억 달러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0개 회원국 중 독일에 이어 두 번째로 많았다. 특히 91억 달러 흑자로 6위에 그친 일본을 사상 처음으로 제쳐 눈길을 끈다. 현재 추세라면 연간 상품수지 흑자액이 일본을 너끈하게 추월할 것으로 예상된다. 경제개발을 본격적으로 시작한 지 근 반세기 만에 상품수지가 일본의 고지(高地)를 넘어선 것이다.

상품 수출액에서 수입액을 뺀 상품수지는 무역수지와 비슷한 개념이지만 통계작성 기준에서 차이가 있다. 올해 한국이 일본을 앞선 무역흑자 대국(大國)이 된 것은 미국 달러화에 대한 일본 엔화 가치가 우리 원화 가치보다 강세를 보이면서 한국 제품의 가격 경쟁력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국내 기업들이 수출 품목을 다양화, 고급화하는 노력도 결실을 보기 시작했다. 수출 대상 지역을 글로벌 경제위기의 타격이 상대적으로 적었던 개발도상국으로 확대한 덕도 컸다.

한국과 같은 ‘소규모 개방경제’ 국가에서 무역수지 흑자는 전체 경제의 안정 및 건전성과 직결된다. 어려운 여건에서 밤낮을 가리지 않고 해외시장 개척에 땀을 흘린 기업 임직원들과 관련당국의 노고는 평가받을 만하다.

그러나 향후 기업 및 국가 경쟁력에 영향이 큰 설비투자 추이를 보면 흑자 추세가 오래 지속될 수 있을지 걱정이 생긴다. 상반기 명목 설비투자액은 43조8114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1% 줄었다. 상반기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설비투자액 비율은 작년 상반기보다 0.5%포인트 감소한 8.8%로 통계를 내기 시작한 1970년 이후 가장 낮았다.

적정 수준의 투자가 이어지지 않으면 장기적인 성장은 불가능하다. 지금과 같은 ‘투자 부진의 늪’을 벗어나지 못하면 결국 무역흑자와 경상흑자를 유지하는 것도 어렵다. 일자리 창출도 궁극적으로는 투자가 늘어나야 가능하다.

미래를 내다보고 기업가 정신을 발휘해 투자를 확대하는 기업인이 늘어나야 한다. 삼성전자 포스코 LG디스플레이 현대중공업 등 글로벌 경쟁력을 지닌 대기업은 경제전망이 불투명한 속에서도 시대를 앞선 과감한 투자로 오늘 글로벌 기업으로 우뚝 섰다. 정부와 시민사회도 민간기업의 투자가 활발히 이뤄질 수 있도록 기업 활동을 격려하고 기업인의 사기를 북돋울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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