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순직경찰관 명예 짓밟고는 나라 바로 못 세운다

  • 입력 2009년 10월 14일 02시 57분


1989년 부산 동의대 사건 순직 경찰관들을 기리는 추모비가 20년 만에 어제 부산경찰청 앞에 세워졌다. 참으로 늦었고, 위령(慰靈)이 될 수 있을지 모르지만 추모비 건립으로 유족의 아픔을 조금이라도 위로하고 사건을 재조명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돼 다행이다. “지난 정권 10년 동안 유가족들은 지은 죄도 없이 죄인처럼 살아왔다”는 유족대표의 말에 유족들의 고통과 한(恨)이 배어 있다.

학내 문제를 둘러싼 학생 시위가 발단이 된 동의대 사건은 대학 도서관에 잡혀 있던 전경들을 구출하기 위해 경찰이 진입하자 학생들이 바닥에 뿌려놓은 석유에 불을 붙여 경찰관 7명을 숨지게 한 방화치사(致死) 사건이었다. 당시 학생 70여 명이 구속돼 31명이 현주건조물 방화치사죄 등으로 징역 2년부터 무기징역까지 유죄 판결을 받았다.

그럼에도 2002년 김대중 정부 때 민주화운동보상심의위원회는 유죄판결을 받은 이들을 민주화운동 유공자로 결정해 1인당 평균 2500만 원, 최고 6억 원의 보상금을 받게 했다. 순직 경찰관들의 보상은 초라했다. 보상은 둘째 치고 공권력 행사 과정에서 희생된 경찰관들이 ‘민주화운동 유공자’들을 진압하려다가 죽은 꼴이 돼버렸다.

민주화보상위 결정을 바로잡기 위한 민주화운동 관련자 명예회복 및 보상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과 순직 경찰관들의 명예회복 법안이 올해 3월 국회에 제출됐지만 반년이 넘도록 먼지만 쌓여 있다. 이명박 정부가 내건 ‘중도실용’에 도움이 안 되기 때문이라는 말도 들린다. 그게 사실이라면 비겁하고 기회주의적인 중도실용이다. 순직 경찰관들의 명예를 회복시키지 않고 어떻게 법치를 세우고 반듯한 나라를 만들 수 있겠는가.

경찰관들을 숨지게 한 사람들을 민주화 유공자로 만든 것은 국가 공권력의 존재 이유를 부정한 것이다. 그러니 시위대가 경찰을 향해 돌을 던지고 경찰관을 붙잡아 집단폭행하는 일이 버젓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동의대 사건 같은 일에서 옳고 그름을 제대로 가리지 않는다면 ‘선진 민주국가’를 말할 자격도 없다.

동의대 사건 순직 경찰관 추모비 건립을 계기로 국회에 계류 중인 관련 법안이 신속 처리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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