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상현 재판관 “법조인, 세계로 눈 돌리면 기회 많아”

  • 입력 2009년 3월 17일 02시 57분


네덜란드 헤이그의 국제형사재판소(ICC) 본부에서 근무하고 있는 송상현 신임 재판소장은 16일 동아일보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자신의 소장 당선에 대해 “한국 법조계가 국제사회에 중요한 걸음을 내디딘 것”이라고 평가했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네덜란드 헤이그의 국제형사재판소(ICC) 본부에서 근무하고 있는 송상현 신임 재판소장은 16일 동아일보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자신의 소장 당선에 대해 “한국 법조계가 국제사회에 중요한 걸음을 내디딘 것”이라고 평가했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 아시아 첫 국제형사재판소장 송상현 재판관 인터뷰

“한국을 넘어 ‘세계’로 눈을 돌리고 열심히 노력한다면 많은 기회가 있습니다. 제가 당선된 것은 한국이 국제사회에서 중요한 걸음을 내디딘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11일 한국인으로는 처음으로 국제사법기구의 수장이 된 송상현 국제형사재판소(ICC) 소장(68·사진)은 16일 동아일보와의 국제전화에서 “언어의 장벽만 넘는다면 한국 법조인들의 수준이 외국에 비해 뒤지지 않기 때문에 분발하면 세계 곳곳에서 두각을 나타낼 수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네덜란드 헤이그의 ICC 본부에서 근무 중인 송 재판소장은 “아시아 국가 출신의 첫 소장인 만큼 아시아 국가 출신들이 ICC에 많이 진출해 활동할 수 있는 물꼬를 트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했다.

―한국인 최초로 국제사법기구 수장이 된 소감은….

“ICC 소장 당선은 한국 법조계가 처음 국제사회에 중요한 걸음을 내디딘 것이다. 외교통상부 법무부 대법원 관계자들을 비롯해 ICC 본부가 있는 이곳 헤이그의 한국 공관 실무자들까지 나의 당선을 위해 전폭적으로 지원했다. 이런 분들이 개척해 놓은 길을 제가 뒤따라가서 좋은 성과가 나왔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ICC를 어떻게 이끌어 갈 계획인가.

“ICC는 재판을 하는 사법기관으로서 재판 업무는 원활하게 진행되고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설립된 지 6년밖에 안 돼 시행착오가 있는 부분이 있다. 앞으로 ICC의 행정효율을 높이기 위해 노력하겠다. 70여 개 이상의 다른 국적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서 일하고 있는 만큼 구성원 사이의 원활한 의사소통이 이뤄져 서로 오해가 없도록 하는 것도 중요하다.”

―재판소장의 구체적인 임무와 권한은 무엇인가.

“재판소장은 ICC 조직을 사법적 행정적으로 통솔하고 이끌어 가는 자리다. 이것이 재판소장의 임무이자 권한이다. 다만 ICC 조직 가운데 검찰국 업무는 재판소와 독립적으로 이뤄지고 있기 때문에 소장이 직접 관여하지 않는다.”

―ICC 재판관 18명 가운데 아시아 출신은 한국과 일본 등 2명뿐이다. 아시아의 역할을 늘릴 수 있는 복안이 있나.

“아시아 지역이 넓고 분쟁 지역도 많지만 ICC 회원국은 15개국뿐이다. 반면 아프리카, 남미, 서유럽 등은 30개국 이상이 회원국으로 활동하고 있다. 이 때문에 아시아에 배당된 재판관 자리가 2개뿐이다. ICC에서 아시아의 영향력을 늘리려면 지금보다 많은 국가가 ICC 회원국으로 가입해야 한다. 한국과 일본은 ICC 재정에서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일본은 ICC 운영 예산의 20% 정도를 부담하고 있고 한국의 예산 분담률도 전체 108개 회원국 가운데 8위다.”

―절대적인 지지를 얻어 재판소장에 당선된 원인은 무엇이라고 보나.

“6년 동안 ICC에서 상고심 재판관으로 활동하면서 제가 내렸던 판결들이 동료 재판관은 물론 학계와 실무 등에서 호응을 얻은 것 같다. 평소 동료 재판관들과 적극적으로 교류하고 맡은 일을 충실히 하면서 좋은 인상을 심어준 것이 지지로 이어진 것으로 본다.”

―오랫동안 외지에서 생활하면서 외롭지 않나.

“한국과 달리 이곳은 함께 어울리는 문화가 없다. 보는 눈도 많아서 ICC 재판관으로서 중립성, 독립성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주말에 운동도 혼자 한다. 고독을 이기고 건강을 유지하는 방법을 터득해 실행하고 있다.(웃음)”

이상록 기자 myzod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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