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조은아]한류도시 인도 첸나이 ‘한국의 돈’만 있고 情은 없다

  • 입력 2009년 3월 2일 03시 00분


지난달 말 인도 남부 타밀나두 주의 첸나이(옛 마드라스)를 찾았다.

첸나이는 이색적인 경험이 가득한 ‘별천지’ 같을 것이란 기대와 달리 친숙하기만 했다. 이곳 시민들의 삶 곳곳에는 한국의 생활이 고스란히 녹아들어 있었다.

한 한국인 상사 주재원 집을 방문했을 때는 마침 LG전자 유니폼을 입은 인도인 직원들이 에어컨을 수리하고 있었다. 수리가 끝난 뒤 LG전자 현지 서비스센터 직원이 이 집으로 전화를 걸어왔다. 자사(自社) 직원의 서비스 만족도 등을 묻는 내용이었다. 한국에서 흔히 접하는 가전업체의 전화 조사 내용과 큰 차이가 없었다.

도로에서는 세계 1위 자동차 회사인 일본 도요타보다 현대자동차 로고가 더 많이 보였다. 현대차 인도 공장에서 생산된 ‘i10’과 ‘i20’은 현지에서 ‘국민차’ 대접을 받고 있다는 얘기가 들릴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첸나이에 녹아든 건 한국 상품만이 아니었다. 최근 한국 음식점이 부쩍 늘었다. 스크린골프장 등 ‘한국식 엔터테인먼트’도 서서히 자리를 잡아가고 있었다. 현지에서 만난 한 주재원 가족은 “첸나이는 한국을 아시아를 대표하는 나라로 인식하는 분위기”라며 “현재의 첸나이와 비슷했던 불과 몇십 년 전의 한국을 생각하면 가슴이 벅차오른다”고 전했다.

하지만 첸나이 속의 한국을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보니 걱정스러운 모습도 감지됐다. 한국에 대한 이미지가 ‘좋은 에어컨’과 ‘자동차를 많이 파는 나라’라는 수준에 머물러 있었기 때문이다. 현지 공관 관계자는 “한국은 인도와의 교역과 산업분야에선 적극적이지만 문화, 교육, 사회 등 소프트파워 투자에선 일본에 훨씬 못 미친다”며 “단기적으로 외형적인 이익을 취하기는 쉽지만 긴 호흡으로 양국 간의 신뢰를 쌓고 현지에서 기업시민의 역할을 하지 않으면 그 효과는 오래가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정화 한국이미지커뮤니케이션연구원 대표는 “선진국들은 문화 부문 지원을 늘려 신뢰를 얻고 있다”고 설명한다. 결국 상품 판매 대상인 ‘소비자’가 아니라 친밀한 이웃인 ‘사람’을 얻는 것이 중요하다는 얘기다. 한국 기업의 인도 진출 거점으로 떠오르는 첸나이가 친한(親韓) 도시로 남으려면 무엇을 해야 할지 곰곰이 생각해봐야 할 때다.―첸나이에서

조은아 산업부 ach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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