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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9년 1월 7일 02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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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필요한 점이 새로운 리더십이다. 새로운 리더십은 우선 설득형 리더십이어야 한다. 우리가 지닌 특단의 잠재력을 한군데로 모아야 하기 때문이다. 지금 사람들은 전에 비해 훨씬 똑똑하다. 인터넷과 휴대전화를 통해 지식과 정보를 손쉽게 얻어내고 교환함으로써 똑똑한 군중(smart mobs)이 되었다. 소수의 엘리트보다 다수의 군중이 더 지혜롭다고 한다. 개인은 답을 몰라도 집단은 알고 있다. 집단은 그 집단의 가장 우수한 개인보다 더 똑똑하다고까지 한다. 이런 똑똑한 사람들의 힘을 한군데로 모아 나가자면 군중 설득형 리더십이 필요하다.
현 난국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사회의 각 분야가 함께 참여해야 한다. 어느 한군데라도 예외가 있어서는 안 된다. 그러자면 리더의 역할도 직접 끌고 가기보다는 뒤에서 밀어주는 편이 낫다. 여러 분야의 수많은 사람이 자발적으로 난국 타개에 참여하도록 분위기를 만들어주는 지원형 리더십이 필요하다. 다시 말해 여러 사람에게 일일이 시키기보다 리더가 원하는 방향으로 나아가도록 여건을 마련해주어야 한다.
금융 및 경제위기를 겪으면서 우리는 다시 한 번 약점을 노출했다. 아무리 외환보유액이 충분하고 기업의 재무구조가 건전하다고 해도 우리 경제의 대외신인도는 기대에 영 못 미친다. 국가부도 위험이 말레이시아나 태국보다 높다는 평가나 지금도 잠재적 외환시장 불안정국으로 분류되는 것은 어찌된 연유인가. 우리에게 끈질기게 붙어 다녔던 코리아 디스카운트 요인이 개선되지 않았다는 증거이다.
금융위기에 대처하는 데 있어 일부 정책의 실수나 정책당국 간의 불협화음, 정책 당국자의 미숙함이 없지 않았다. 이 정도로는 우리 경제의 낮은 대외신용도를 설명하는 데 불충분하다. 차라리 그게 전부라면 오히려 다행일 수 있다. 왜냐하면 비교적 쉽게 고칠 수 있기 때문이다.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근본 원인은 뭐니 뭐니 해도 경제 사회에 뿌리 깊이 박힌 구조적 문제에 있다. 차제에 이러한 문제를 찾아 근원적으로 해결해야 한다. 위기가 끝날 때쯤이면 세계질서의 재편이 예상된다. 그때 우리가 어디에 위치할지는 지금부터 하기에 달렸다.
낙후된 정치, 경직된 노동시장에다 남과 전체를 생각하지 않는 속 좁은 사고, 내 탓은 없고 남 탓만 하는 비겁한 작태, 과거에 파묻혀 앞으로는 한 발짝도 못 나가는 닫힌 사회, 자신의 이익을 지키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이기적인 모습, 사회적 지위 고하를 불문하고 쏟아내는 부정과 비리, 온갖 불법을 다 저지르고도 뉘우침이 없는 뻔뻔한 군상…. 이 모든 것을 정리해야 한다.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사회 곳곳에 오랫동안 뿌리박힌 구조적 문제이기도 하지만 더욱 근원적인 것은 기득권의 속성 때문이다. 기득권은 원래 차지한 사람이 내놓기가 쉽지 않다. 그러나 그렇게 하지 않고서는 우리 사회의 실질적 발전이 어렵다는데 어떻게 하겠는가.
여기서 해답은 소위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실천이다. 지도층이 사회에 대한 책임이나 국민의 의무를 모범적으로 실천하는 높은 도덕성을 보이는 일이다. 더 가진 자, 더 높은 자부터 확연히 다른 모습을 보여야 한다. 가진 사람이 더 많이 베풀고 더 크게 양보하고 더 자주 손해 보고 매사에 솔선수범함으로써 덜 가진 사람이 따라오지 않을 수 없게 해야 한다. 이렇게 되면 계층 간의 시기와 갈등이 사라지고 서로 이해하고 감사하는 마음이 싹튼다. 이것이 금년의 두 번째 시대정신이다.
이영탁 세계경제연구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