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기업 발명 지원, 특허 팔아드립니다”

  • 입력 2008년 10월 24일 02시 56분


한국사무소 연 인텔렉추얼 벤처스 CEO 네이선 미어볼드

다국적 발명투자회사 ‘인텔렉추얼 벤처스(IV)’의 네이선 미어볼드(49·사진) 설립자 겸 최고경영자(CEO)는 ‘세계 최초의 발명자본’을 표방한다.

발명자본이란 기획 단계에 있는 잠재력 있는 발명을 발굴해 특허를 사고파는 신개념 투자방식. 기업이나 사업에 투자하는 기존 투자방식과 달리 특허도 나오기 이전인 아이디어 단계에서 ‘입도선매(立稻先賣)’하는 것이다.

최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 인터컨티넨탈호텔에서 만난 그는 “정보기술(IT) 분야에서 뛰어난 사업 아이디어가 많은 한국에 거는 기대가 크다”며 국내 발명시장에 대한 기대감을 나타냈다.

미어볼드 씨는 IT 분야에서 세계 최대의 다국적 기업인 마이크로소프트의 최고 기술책임자(CTO)를 지냈다. 세계 6개국에 흩어져 있는 500여 명의 IV 직원은 보석 같은 발명 아이디어를 쫓아 매일 대학과 벤처, 개인 발명가를 찾아다닌다. 일부 법조계와 IT업계에서는 IV를 가리켜 ‘특허괴물’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이에 대해 그는 “벤처캐피털이 처음엔 ‘벌처캐피털’(파산했거나 경영위기를 겪는 기업을 헐값에 사서 비싸게 파는 자본)로 불렸듯이 새 비즈니스 모델에 대한 거부감에서 나온 말인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실패 확률이 높은 발명에 투자하기 때문에 리스크(위험성)가 크지만 발명가에게 안정적인 자금과 부(富)를, 기업에는 원하는 기술을, 투자자에게 높은 성공보수를 골고루 나눠줄 수 있는 모델”이라고 강조했다.

미어볼드 씨는 “절대 발명가의 발명을 소유하거나 장기 계약을 하지 않는 게 IV의 투자 원칙”이라며 “이를 모델로 하는 더 많은 발명자본이 속속 등장해 새로운 투자시장과 모델을 형성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IV는 현재 15개 글로벌 기업을 포함한 50개 투자자가 내놓은 50억 달러로 펀드를 운용하고 있다. 그러나 투자자들의 정확한 구성과 신원은 철저히 베일에 싸여 있다. 이런 이유로 다국적 IT기업들도 2000년 설립된 IV의 공세에 바짝 긴장하고 있다.

얼마 전 한국사무소를 공식 오픈한 IV는 벌써부터 국내 발명시장에 공격적으로 접근하고 있다. 서울대, 고려대, 연세대, KAIST, 한양대 등 10개 대학과 협력을 맺고 대학 내 발명활동을 발굴해 나갈 예정이다.

미어볼드 씨는 “국제특허협력조약(PCT)에 따른 특허출원 건수가 세계 4위인 한국의 대학들이 한 해 특허로 버는 액수는 미국 대학의 60분의 1에도 채 못 미치는 걸로 알고 있다”며 “이는 한국 발명가의 문제가 아니라 전 세계에 특허를 판매하는 시스템이 부족해서 벌어진 일”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특히 “한국의 ‘싸이월드’가 미국의 소셜 네트워킹 서비스인 ‘마이스페이스’와 ‘페이스북’의 모태(母胎)인 것을 미국인들은 잘 모르고 있다”며 “한국 대학과 기업, 전문 발명가의 아이디어를 발굴해 세계 시장에 판매하는 복안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박근태 동아사이언스 기자 kunl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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