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아동 性범죄를 보는 ‘사회적 인식’ 바꿔야

  • 입력 2008년 4월 2일 23시 10분


일산 초등생 납치미수 용의자 이모(41) 씨는 10년 전 아파트 옥상에서 9세 여아를 성폭행했다. 불과 1시간 전에는 8세 여아를 성폭행했다. 그 말고도 5∼9세 여아 3명을 더 추행했다. 2006년 5세 여아를 성추행하고서도 집행유예로 풀려난 50대 남자는 출소 후 피해자 가족을 협박하고 재범을 하다 살인까지 저질렀다.

아동 성폭행범은 2명 중 1명꼴로 재범을 저지른다. 선진국은 무관용(無寬容) 원칙에 따라 강도 높은 처벌을 하고 출소 후에도 감시의 끈을 놓지 않는다. 13세 미만 아동 성폭행에 대한 법정형이 우리나라는 징역 5년 이상인 데 비해 미국 44개 주는 25년 이상이다. 전자 발찌를 채우고 재범 우려가 높으면 형기가 끝나도 별도 시설에 수용한다. 아동 성범죄를 대하는 사회인식이 우리와 확연히 다른 것이다.

한국성폭력상담소 이미경 소장은 “우리는 현재 법으로 정한 처벌기준도 제대로 못 지키고 있다”고 말한다. 실제로 피해자 수는 4년 새 68% 늘었지만 구속률은 30%대까지 떨어졌다. 피해자가 아동이라는 특수성을 고려하지 않고 ‘진술이 일관되지 못하다’거나 ‘증거가 불충분하다’며 무혐의 처분을 내리는 경우가 많다. 진술에만 의존하는 우리 수사의 한계다. 미국 연방수사국(FBI)은 전과자 400여만 명의 DNA 자료를 유전자검사시스템(CODIS)에 모아 활용한다.

경기대 이수정(범죄심리학) 교수는 “일산사건 용의자의 경우 폐쇄회로(CC)TV 앞에서 아이를 폭행하다가 발각되자 유유히 사라졌다. 출소 2년 만에 재범이 가능한 것은 아동 성범죄를 강도·절도보다 가벼운 범죄로 취급하는 사회 분위기 탓”이라고 지적한다. 경찰이 사건을 접수하고도 ‘단순폭행’으로 처리한 것 역시 아동 성폭행의 죄질에 대한 인식이 안이한 탓이 크다.

법무부가 아동 성폭행·살해범을 사형이나 무기징역에 처할 수 있도록 법을 강화하겠다고 하자 일각에서 인권침해라는 말이 나온다고 한다. 아동 성폭행범은 방어 및 판단능력이 부족한 어린이를 표적으로 삼는다는 점에서 죄질이 극악하다. 범죄자 인권보다 피해자 인권이 먼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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