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딩크 前대표팀감독“자신감 불어넣고 설득할줄 알아야 명장”

  • 입력 2007년 7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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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스 히딩크 전 한국축구대표팀 감독이 15일 서울 하얏트 호텔에서 한 본보와의 단독 인터뷰에서 환한 표정으로 이야기하고 있다. 양종구 기자
거스 히딩크 전 한국축구대표팀 감독이 15일 서울 하얏트 호텔에서 한 본보와의 단독 인터뷰에서 환한 표정으로 이야기하고 있다. 양종구 기자
“핌(베어벡 한국 감독)이 절 죽이려 할 걸요.”

한국에 다시 감독으로 올 생각이 있느냐고 하자 거스 히딩크(61) 전 한국축구대표팀 감독(현 러시아축구대표팀 감독)은 “그러면 아마 핌이 제 엉덩이를 걷어찰 겁니다”라며 웃었다. “대표팀이든 클럽이든 감독으로는 한국에 올 계획이 없으며 ‘히딩크 재단’ 일로는 자주 오겠다”고 했다.

2002년 한일 월드컵 4강 신화의 주역 히딩크 감독을 15일 서울 하얏트 호텔에서 만났다. 그는 2003년 자신이 만든 ‘히딩크 재단’이 11일 충북 충주 성심맹아원에 세운 ‘히딩크 드림필드(시각장애인축구장)’ 준공식 참석차 한국에 왔다.

첫마디가 “내 일생에 가장 멋진 기억을 안겨준 한국에 자주 오고 싶지만 일 때문에 자주 못 와 아쉽다. 오랜만에 피를 말리는 축구를 떠나 한국에서 지인들을 만나니 즐겁기 그지없다”고 말했다. 14일에는 2002년 한일 월드컵 때 대한축구협회 기술위원장이었던 이용수 세종대 교수와 안양 베네스트GC에서 골프를 치며 즐거운 한때를 보냈다.

히딩크 감독의 한국 축구에 대한 관심은 여전했다.

“한국 선수들의 유럽 진출은 신중히 해야 한다. 첫 단추를 잘 꿰어야 한다. 바로 빅 리그에 가면 22번째나 23번째 선수밖에 안 된다. 뛸 기회가 없다. 네덜란드나 프랑스, 벨기에 등 작지만 알찬 리그에 가서 경험부터 쌓아야 한다. 박지성(맨체스터 유나이티드)과 이영표(토트넘 홋스퍼)가 좋은 예다.”

그는 “잉글랜드나 스페인, 이탈리아 리그는 수준이 엄청 높다. 바로 가면 적응 자체가 힘들다. 해외에 진출하려는 야망이 있다면 차근차근 접근하는 현명한 선택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세계적인 명장으로 떠오른 그에게 ‘명장’의 조건을 물었다.

“어느 분야든 최고 책임자는 그 분야의 전문지식만 가지고는 안 된다. 함께 일하는 사람을 잘 다뤄야 한다. 자신감을 불어 넣어야 하고 설득하고 대화해 자신이 원하는 바를 얻어야 한다. 대표팀이라면 협회 사람들과도 좋은 관계를 유지해 자신의 아이디어를 잘 팔아야 한다.”

정몽준 대한축구협회 회장이 2011년 국제축구연맹(FIFA) 회장에 나선다고 하자 히딩크 감독은 “금시초문이다. 하지만 그는 대한축구협회를 잘 이끌며 2002년 월드컵을 성공적으로 치렀다. 무엇보다 항상 축구 발전을 위한 참신한 아이디어를 가지고 일을 추진해 FIFA를 맡아도 잘할 것이다”고 말했다.

히딩크 감독은 “장애아들을 돕는 히딩크 재단에 관심을 가져 달라. (기사 작성 때) 이 말은 꼭 빼놓지 말라”며 자리를 떴다. 히딩크 재단은 연내에 포항에 두 번째 드림필드를 만드는 등 장애인들을 위한 프로그램을 계속 진행한다. 16일 출국하는 히딩크 감독은 인터뷰가 끝난 뒤 평소 친분이 두터운 개그맨 박경림 씨 결혼식에 참석했다.

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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