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광장/복거일]미국이 우주선을 띄우는 까닭은

  • 입력 2005년 8월 22일 03시 03분


8월 9일 스페이스 셔틀 ‘디스커버리’호가 임무를 마치고 무사히 귀환했다. 셔틀은 재사용이 가능한 지구 궤도 우주선이다. 1981년에 ‘컬럼비아’호가 처음 발사된 뒤 스무 해 넘게 미국의 지구 궤도 임무들을 수행했다.

아쉽게도 셔틀은 기대에 못 미쳤다. 재사용이 가능하므로 셔틀은 값이 비싸다. 그래서 많이 쓰여야 투자비를 회수할 수 있다. 그동안 셔틀은 예상보다 훨씬 적게 쓰였고 결국 값비싼 우주선이 되고 말았다.

게다가 셔틀은 전통적 우주선보다 훨씬 위험하다. 승무원실이 엔진 가까이에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1986년의 ‘챌린저’호와 2003년의 ‘컬럼비아’호의 폭발로 모두 14명이 죽었다.

셔틀은 2010년까지만 쓰일 것으로 보인다. 이미 셔틀을 대체할 우주선에 관한 논의가 활발하고 몇 가지 모형들이 제시되었다. 우주 탐사 활동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우주 탐사가 점점 활발해지리라고 확신한다.

바로 이 점이 중요하다. 기술적 어려움과 거듭되는 좌절 등에도 불구하고 우주 탐사는 점점 큰 운동량을 얻는다. 지금도 무인 우주선들이 갖가지 임무를 수행하고, 로봇들은 지구와 가장 가까운 행성인 화성을 탐험한다. 그것들이 보내오는 자료는 보다 발전된 우주 탐사의 바탕이 된다.

그렇게 어려운 일에 매달리는 까닭은 간단하다. 우주 공간은 인류의 운명이 지향하는 곳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주 공간은 인류의 ‘마지막 변경’이라 일컬어진다. 로켓 우주선을 처음 고안한 콘스탄틴 치올코프스키가 지적한 대로 “지구는 인류 문명의 요람이다. 그러나 사람은 언제까지나 요람에 머물 수는 없다”.

우주 탐사는 그렇게 깊은 뜻을 갖고 있으므로, 인류의 차원에서 논의되어야 한다. 그러나 민족국가의 차원도 있다. 지금까지 달에 다녀온 12명의 우주 비행사가 모두 미국 사람이라는 사실이 가리키는 것처럼 우주 탐사에서 미국의 역할은 압도적이다. 미국이 우주 탐사에 들인 투자로부터 무엇을 얻을 것인가는 지금 알 수 없다. 확실한 것은 우주 공간이 인류의 미래가 펼쳐질 곳이라는 사실 덕분에, 미국이 얻을 배당은 상상하기 쉽지 않을 만큼 크고 다양하리라는 것이다.

미국은 이미 적지 않은 배당을 받고 있다. 우주 탐사는 시민들의 눈길을 밖으로, 미래로 향하도록 만든다. 바로 그것이 새로운 변경을 찾은 사회가 받는 소중한 배당이다. 과학소설 작가 아서 클라크가 말했듯이, “문명은 새로운 변경 없이는 존재할 수 없다. 우리는 빵만으로 사는 것이 아니라 모험, 다양성, 새로움, 로맨스를 필요로 한다”. 막 열린 변경인 우주 공간은 그것을 찾는 사람들에게 모험, 새로움, 로맨스를 줄 것이다.

지금 미국 사회는 바로 그 소중한 배당을 받고 있다. 우주선이 눈앞에서 폭발해 우주 비행사들이 속절없이 죽은 것을 보고도, 미국 사람들은 우주 탐사에 회의적인 목소리를 내지 않았다. 그들은 본 것이다, 새로운 변경을, 거기서 기다리는 모험과 로맨스를. 그렇게 밖으로 그리고 앞날로 향한 눈길이 미국이 줄곧 보여 온 놀랄 만한 활력의 원천이다.

이런 사정은 우리의 서글픈 현실을 일깨워 준다. 지금 우리의 눈길은 국경을 넘은 적이 드물고 논의는 대부분 과거에 관한 것들이다. 눈길이 그렇게 ‘안’과 ‘과거’로 향하는 사회는 활력을 지닐 수 없고, 눈길을 ‘밖’과 ‘미래’로 돌린 사회에 뒤지기 마련이다.

우리가 늘 눈길을 안과 과거로 돌렸던 것은 아니다. 1960년대와 1970년대에 우리 사회는 외부 지향적이었고 미래 지향적이었다. 당시 개발도상국에는 보호무역의 울타리를 둘러치고 수입 대체를 시도해야 한다는 이론이 우세했다. 하지만 박정희 전 대통령은 눈길을 밖으로 돌려 수출을 통한 경제 발전을 시도하면서 우리도 앞으로 잘살 수 있다는 믿음을 시민들에게 주었다. 그의 영도력 아래 이병철, 정주영, 조중훈 같은 거인들이 활약했다.

우리는 다시 눈길을 밖으로 돌려 우리 젊은이들이 모험적 사업을 벌일 변경을 찾아야 한다. 거기에서만 ‘거인들의 시대’가 새로 열릴 수 있다.

복거일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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