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파병 반대, 이런 식은 안 된다

  • 입력 2003년 11월 23일 18시 4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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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사회 일각의 이라크 추가파병 반대론이 묵과할 수 없는 수준에 이르고 있어 걱정이다. 엊그제 휴가를 나온 현역 사병이 시민단체를 찾아가 파병 반대 농성을 벌였는가 하면 민주당 김영환 의원은 “파병 여부를 국민투표로 결정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전자는 군기(軍紀)를 흔드는 일이고, 후자는 국론분열을 부채질할 수 있는 안이한 발상이다.

상명하복(上命下服)을 기본으로 삼아야 할 군인이 국가의 외교안보 정책에 저항한 것은 용납될 수 없는 일이다. 비록 사병의 개인적 행동이라고는 하나 기강해이란 점에서 군의 지휘부는 책임을 통감해야 할 것이다. 특수신분인 현역병의 행동을 만류하지 않은 시민단체도 비난을 면하기 어렵다. 파병반대운동을 하더라도 최소한의 금도(襟度)는 지켜야 하지 않겠는가.

그동안 파병을 줄기차게 반대해 온 김 의원의 국민투표 주장도 적절하지 않다. 기왕에 결정된 파병을 뒤늦게 국민투표로 번복한다면 국제사회에서 한국은 ‘믿을 수 없는 나라’라는 비난을 받게 될 게 분명하다. 김 의원을 비롯한 국회 내의 일부 파병 반대론자들은 그 뒷감당을 어떻게 하겠다는 것인지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국가의 장기전략이라고 할 외교안보 정책은 정부가 국익을 고려해 큰 방향을 제시한 뒤 국민 이해를 구하는 순서로 진행되는 것이 순리다. 그렇지 않아도 논란 많은 이라크 파병 결정과 같은 사안을 국민투표에 맡긴다면 우리 사회에 국론분열과 갈등만 더 커질 수 있다.

지난주 말 우리 국회조사단이 투숙한 바그다드 시내 호텔에 로켓포탄이 날아드는 등 이라크 상황이 갈수록 악화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이 때문에 파병 결정 자체를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는 주장은 무책임하다. 지금은 이라크에 보낼 우리 군의 역할과 규모 시기 등 파병의 구체적인 사안을 놓고 논의할 때지 파병 자체를 놓고 왈가왈부할 때는 아니다. 파병 반대론자들은 무리한 주장을 자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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