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이제는 특검에 맡겨야 한다

  • 입력 2003년 11월 10일 18시 30분


노무현 대통령 측근 비리 의혹을 규명하기 위한 특별검사법안이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됐다. 검찰 수사가 진행 중인 사안인데도 특검이 동원되는 현실은 바람직하지 않다. 수사 결과를 지켜보고 미흡하다고 생각됐을 때 특검을 꺼내는 것이 명분상 옳았다.

그러나 다수 야당이 합법적 절차를 밟아 특검을 도입키로 한 이상 대통령은 이를 수용하는 것이 순리라고 본다. 국회 통과도 재적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으로 이뤄져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해도 재의, 발효될 가능성이 높다.

중요한 것은 진실이다. 최도술씨 사건이 터졌을 때 대통령은 “눈앞이 캄캄하다”면서 재신임을 묻겠다고 했다. 대통령이 재신임을 물어야 할 정도의 비리라면 한 점 의혹 없이 진상을 밝혀야 한다. 검찰이 그동안 최씨 비리에 관한 몇 가지 사실들을 밝혀 냈다고 해도 모든 의혹이 속 시원히 풀렸다고 믿는 국민은 많지 않다. 이광재 전 대통령국정상황실장과 썬앤문 그룹의 관계, 양길승 전 대통령제1부속실장의 청주 나이트클럽 향응사건 등도 석연치 않기는 마찬가지다.

대통령의 입장에선 특검을 통해서라도 이런 의혹들을 털고 가는 것이 오히려 나을 수 있다. 그렇지 않을 경우 집권 기간 내내 야당 공세의 표적이 돼 시달릴 것이고 국정은 소모적인 정쟁 속에 방향을 잃고 표류하게 될 것이다. 대통령은 거부권 행사 여부에 대해 “검찰 사기와 국가 위신도 고려해야 하므로 고심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나 정작 고심해야 할 것은 진실 규명과 이를 통한 정국 정상화다. 언제까지 측근 비리에 매여 있을 것인가.

한나라당도 이제는 검찰 수사에 적극 협조해야 한다. 특검을 자기 당의 대선자금 비리 ‘물타기’나 총선전략의 일환으로 이용하려고 해서는 국민이 결코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 검찰은 이번 특검법안에 대해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 심판을 청구하는 방안을 검토할 것이라고 한다. 한나라당은 검찰의 이런 불신이 어디에서 연유됐는지 되돌아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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