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가신정치 청산 계기되어야

  • 입력 2003년 1월 2일 18시 13분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의 ‘동교동계 해체’ 지시는 선언적 의미가 강하다. 시대상황에 비추어 볼 때 동교동계의 소멸은 이미 예정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우리 정치의 수준과 여건이 더 이상 제왕적 대통령에 의한 가신(家臣) 정치를 용납할 수 없게 변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가신정치의 상징인 동교동계의 소멸은 시대 변화에 따른 당연한 귀결이다.

현실정치에 있어서도 동교동계는 사실상 해체된 것이나 다름없다고 할 수 있다. 노무현(盧武鉉) 후보의 대통령 당선으로 동교동계의 민주당 내 입지는 한화갑(韓和甲) 대표가 차기 당권을 포기할 수밖에 없을 정도로 좁아졌고 개혁파의 공세에도 몰리고 있다. 김 대통령은 이런 동교동계의 해체를 공식선언함으로써 민주당의 기존질서를 바꾸고자 하는 노 당선자에게 힘을 보태주고 퇴임 후 자신의 정치적 부담을 덜어내려는 모습을 보였다.

30여년의 긴 세월 동안 DJ와 ‘군신(君臣)의 정치적 관계’를 이어온 동교동계의 공과(功過)는 확연히 구분된다. 군부독재정권 하에서 DJ의 동교동계는 YS의 상도동계와 함께 민주화투쟁의 두 축을 이루었다. 이들이 보인 ‘주군(主君)과 가신의 관계’는 당시 시대적 상황의 산물이란 측면도 간과할 수 없다. 문제는 동교동계와 상도동계가 집권 후에도 과거의 ‘집안 정치’를 청산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결국 이들의 ‘비선(秘線) 정치’는 국정을 농단하고 ‘끼리끼리식 권력부패’를 초래했다.

이제 상도동계에 이어 동교동계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다. 한 시대가 막을 내리는 것이다. 새 시대는 새로운 정치를 필요로 한다. 동교동계 해체만으로는 안 된다. 보다 구체적인 정치개혁으로 구시대의 낡은 계보정치가 더는 발을 붙이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 정치개혁에 시간 여유는 별로 없다. 올 상반기가 지나고 총선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정치개혁은 물건너가기 십상이다. 여야(與野) 모두 서둘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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