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춘구-김일호씨˝은륜에 한민족 기상 싣고 시베리아 달린다˝

  • 입력 2002년 3월 15일 18시 10분


이춘구씨(왼쪽)와 김일호씨
이춘구씨(왼쪽)와 김일호씨
“시베리아와 중국 대륙을 자전거로 달리면서 한국인의 기상을 세계 만방에 알리고 싶습니다.”

40대 자영업자와 대학생이 은륜(銀輪)에 몸을 싣고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시베리아 벌판을 지나 중국을 거쳐 백두산 천지까지 1만5000여㎞에 이르는 대장정에 나선다. 충북 제천시에서 의류판매업을 하는 이춘구(李春究·46)씨와 전남 여수대 환경공학과 4학년생인 김일호(金一鎬·25)씨가 그 주인공.

이씨 등은 다음달 1일부터 3개월 일정의 ‘한민족 하나 되기 위한 시베리아 자전거 횡단’을 위해 3명의 지원팀과 함께 27일 모스크바로 떠난다.

이들은 모스크바를 출발해 니주니노보고로트∼옴스크∼이르쿠츠크∼울란우데∼블라디보스토크∼연해주에 이르는 시베리아 대륙을 횡단하며 현지에 거주하는 고려인들에게 ‘자전거 횡단’의 의미를 알릴 계획이다.

이씨 등은 러시아 국경을 넘어 중국 훈춘(琿春), 룽징(龍井)을 들러 중국 동포들과 만남의 시간을 가진 뒤 민족 분단의 비극인 6·25 전쟁 발발 52주년이 되는 6월 25일 백두산 천지에 올라 통일을 기원하는 행사를 가질 예정이다.

두 사람이 시베리아 횡단에 나서게 된 것은 2년 전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본부가 주최한 ‘북한 결핵어린이 돕기 유럽 4개국 자전거 투어’에 참가한 것이 계기가 됐다. 한달여간 자전거 페달을 밟으며 성금모금운동을 벌이던 두 사람은 러시아와 중국에서 어렵게 살고 있는 고려인과 중국동포들의 얘기를 듣고 이들에게 한국인의 자긍심을 심어주기위해 대륙 횡단을 결심하게 했다.

하지만 이들에겐 7000여만원이 넘는 비용을 마련하는 게 큰 문제였다. 이씨는 지인들을 찾아가 1000만원을 어렵게 구했고 대학생인 김씨는 돈 구하기가 여의치 않자 1년 넘게 아르바이트를 하고 동창회와 대학 등지서 도움을 받아 1000만원을 만들었다.

“자전거 횡단을 하는데 비용이 턱 없이 부족하지만 꼭 시베리아대륙 횡단에 성공해 백두산 천지에 태극기를 꽂겠습니다.”

두 사람 모두 산악자전거 타기가 취미로 이씨는 오지 자전거 탐험대장을, 김씨는 여수대 산악자전거 동아리 회장을 맡고 있다.

시베리아의 강추위를 이겨내기 위해 최근 전남 여수에서 2박3일간 혹한훈련을 했다는 두 사람은 ‘세계 최초 시베리아대륙 자전거 횡단’이라는 기록을 세우겠다며 주먹을 불끈 쥐어 보였다.

여수〓정승호기자 shj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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