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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1년 12월 5일 16시 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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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원 김모씨(26·서울 노원구 상계동)는 지난달 14일 오후 11시경 직원들과 저녁 회식을 마친 뒤 만취 상태에서 서울 중구 명동 충무로역에서 지하철 4호선을 타고 귀가길에 올랐다. 그러나 깜박 잠이 드는 바람에 목적지인 상계역을 지나 종점인 당고개역까지 가버렸다.
김씨는 전동차에서 내린 뒤 취기로 인해 승강장을 배회하다 발을 헛디디는 바람에 그만 지하철 선로 위로 추락하고 말았다. 순간 역내로 전동차가 진입한다는 안내 방송이 흘러나왔다. 전동차 운전기사 신모씨(43)는 전방 30m 지점 선로 위에 엎드려 있는 김씨를 발견하고 급제동을 했지만 거리가 너무 가까워 김씨의 몸 위로 열차 한량이 지나친 뒤에야 가까스로 전동차를 멈출 수 있었다.
그러나 김씨는 멀쩡했다. 당시 김씨는 무의식적으로 몸을 날려 진출 선로와 진입 선로 사이의 좁은 공간에 납작 엎드렸다. 몸 위로 전동차 차체가 지나가는 것을 느꼈지만 바퀴에 깔리지 않아 목숨을 건질 수 있었다.
이마와 가슴에 찰과상과 타박상만 입은 김씨는 사고 직후 역 직원들에 의해 인근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은 뒤 1주일만에 퇴원했다.
사고 발생 20여일이 지난 4일 오전 경찰에 출두해 조사를 받은 김씨는 "사고 당시 너무 술에 취해 아무런 기억이 나지 않지만 결혼을 며칠 앞둔 나를 하늘이 도운 것 같다"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윤상호기자>ysh1005@donga.com